[천변만화]<14>웹툰 ‘우연일까’ 연재 김인호-남지은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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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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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만나 운명이 되는 사랑
그리다 보니 우리 둘 얘기네요”

운명적 사랑을 그린 웹툰 ‘우연일까’의 김인호(왼쪽), 남지은 부부. 만화 속 캐릭터도 이들을 꼭 닮았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운명적 사랑을 그린 웹툰 ‘우연일까’의 김인호(왼쪽), 남지은 부부. 만화 속 캐릭터도 이들을 꼭 닮았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우리의 사랑이 과연 운명일까, 아니면 그저 우연일까.’

문득 드는 의문. 뜨겁기만 하던 연인 간의 정열을 잠시 식혀줄 이런 진지한 고민은 한여름 밤의 소나기처럼 갑자기 찾아온다. 운명이라 믿는 남자와 우연이라 생각하는 여자, 그들의 감정은 이어질 듯 엇갈리고 애끓는 마음으로 서로를 돌아보지만 보이는 건 뒷모습뿐. 남녀가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한, 지상에서 영구히 지속될 이 딜레마의 해답을 얻기 위해 한 쌍의 남녀를 만났다. 웹툰 ‘우연일까’를 연재 중인 김인호(31) 남지은 작가(32·여)다.

“정말 별로였어요.”

서로의 첫인상에 대한 두 작가의 회상이다. 대학시절 털털한 성격으로 남학생들에게 인기 많던 빨간 머리의 남 작가를 ‘날라리’로 오해했던 김 작가. 남 작가는 그런 그를 ‘밥맛’으로 생각해 말도 섞지 않았다. 서로를 무시하며 도저히 친해질 수 없었던 두 작가는 지금 사내아이 두 명을 둔 부부가 됐다. 지금은 셋째 아이가 남 작가 배 속에 있다. 잠시라도 떨어져 있기가 싫어서인지 만화 작업도 공동으로 함께한다.

“처음엔 같이 있기도 싫었는데 우연히 자꾸 마주쳤어요. 친한 친구 몇 명과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했는데 거기에도 앉아 있더라고요.” 웹툰 속 여주인공을 빼다 박은 남 작가가 말하자 옆에 있던 김 작가가 되받았다. “남 작가 있는 줄 알았더라면 안 갔겠죠. 한 번 두 번 마주치고, 어쩔 수 없이 얘기하다 보니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댔어요. 처음엔 우연이라 여겼는데, 생각할수록 운명이더군요.” 그들이 그리는 웹툰도 두 작가를 닮았다.

10여 년 만에 우연히 만난 남녀, 희미한 기억 속 뚜렷이 떠오르는 한 장면은 학창시절 남자에게 편지를 건네는 여자의 모습. 웹툰 ‘우연일까’는 친구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대신 편지를 건네던 홍주와 그런 그녀를 짝사랑했던 후영의 우연한 만남을 그렸다. 두 남녀는 차차 그들에게 찾아온 우연들이 운명적 사랑임을 깨닫는다.

“의도적으로 저희 이야기를 그린 건 아니었어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싶어 시작한 작품이었는데 어느덧 저희 두 사람을 닮아가더군요.”

남 작가의 말. 홍주가 후영에게 편지를 건네듯 남 작가도 김 작가에게 편지를 건넸다. 그것도 100통이나. 그 편지를 다 읽으면서 김 작가는 남 작가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다. 대학 4학년 때 둘은 결혼해 남 작가는 스토리를, 김 작가는 그림을 도맡아 만화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 웹툰이 어느덧 그 둘의 다섯 번째 공동 작품이다.

“남 작가가 시나리오를 노트에 쓰면 저는 그걸 보고 그림을 그리는데 이제는 남 작가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어떤 그림을 상상하는지 훤히 알죠.” 김 작가가 으쓱대며 말하자 남 작가는 “지난 회 시나리오에서 ‘우리 처음 손잡았을 때처럼’이라고 써줬더니 그걸 기억 못하더라고요”라고 말한다. 익숙한 장면. 만화 속에서도 홍주는 글을 쓰고, 후영은 그림을 그린다.

“앞으로 후영과 홍주의 사랑요? 둘이 저희를 닮았다면 저희처럼 뜨겁게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요.”

결말에 대해 물었더니 남 작가가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한여름 밤의 소나기로 인해 잠시 식었던 열기가 비가 그친 후 그 전보다 더 뜨거워지듯, 운명과 우연 사이에 고민하던 연인들의 사랑도 그 전보다 더 강렬해진다. 두 작가가 그러했고, 그들의 만화 속 캐릭터도 그러했다.

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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