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새 명품 먹을거리]<12>국내최초 친환경 인증받은 충남 아산 ‘유황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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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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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비율 유황사료로 무항생제 오리 키운다

류도현 씨가 자신의 농장에서 유황을 섞은 사료를 먹여 키운 오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유황 사료를 먹고 큰 오리는 질병에 강한 내성을 가지면서도 육질이 탄력 있고 오리 특유의 잡냄새가 없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아산=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류도현 씨가 자신의 농장에서 유황을 섞은 사료를 먹여 키운 오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유황 사료를 먹고 큰 오리는 질병에 강한 내성을 가지면서도 육질이 탄력 있고 오리 특유의 잡냄새가 없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아산=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3일 충남 아산시 신창면 류도현 씨(47)의 오리농장. 기자가 탄 차량이 농장 입구에 들어서자 양옆에서 안개처럼 소독액이 차량을 향해 자동으로 분사됐다. “외부 방문객에 의한 병원균 유입을 차단하는 소독설비입니다. 위생을 위해 도보 방문객도 격리 공간에서 소독을 받고 방명록에 출입 기록을 남기게 하지요.” 농장주 류 씨의 설명이다.

류 씨가 오리 사육에 뛰어든 것은 1995년. 질병에 강하고 맛도 좋은 오리를 기를 방법을 고민하던 그는 오리에게 먹일 사료에 유황을 섞는 실험을 시작했다. “돼지 같은 경우 잡내를 없애고 육질을 좋게 하려고 유황을 섞은 사료를 먹입니다. 오리가 가금류 중에서 해독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을 알고 있던 터라 같은 방법을 오리에게 적용해 보기로 했죠.”

○ 반복된 실험으로 황금비율 찾다

하지만 오리가 먹어도 탈이 나지 않으면서도 육질은 좋아지는 유황 섭취량을 알아내는 과정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유황이 조금만 많다 싶으면 오리는 죽어나갔고 그때마다 주변에선 “사람 몸에 해로운 황을 오리에게 먹이는 위험한 사람”이라며 류 씨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류 씨의 아내 송란경 씨(46)는 “오리를 키우고 처음 3년간은 정말 힘들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하지만 무수한 실험 끝에 류 씨는 마침내 최적의 유황 배합 비율을 찾아냈다. 사료 전체 중량에서 유황의 비율을 0.03% 선으로 조절하자 항생제를 주지 않아도 쉽게 병에 걸리지 않으면서도 육질이 쫄깃하고 오리 특유의 잡내가 안 나는 고기를 얻을 수 있었다. 핵심 기술은 부화에서 출하까지 45일 정도 걸리는 오리의 생육 단계에 따라 유황의 양을 조금씩 늘리는 것인데 이는 ‘며느리도 모르는’ 류 씨만의 노하우다. 그의 집념은 올해 6월 유황에 당귀, 숙지황, 작약, 오가피, 황기 등 식물성 원료를 섞어 만든 사료로 특허를 받는 것으로 결실을 봤다. 그가 실험을 의뢰한 대학 연구팀도 유황을 먹인 오리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실험 결과로 그의 손을 들어 줬다.

류 씨의 ‘유황 예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톱밥에 유황과 석회를 섞어 축사 바닥에 뿌려주면 유황과 석회의 살균작용 덕분에 구더기 같은 해충이 발생하지 않고 오리 배설물에서 나는 역한 냄새가 줄어듭니다.” 류 씨의 설명을 듣고 축사에 들어가 보니 과연 실내 온도를 높이려 온풍기를 틀어 놨음에도 오리 배설물 냄새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 국내 최초 무항생제 오리농장 인증

유황을 먹고 자라 질병에 대한 내성이 높은 류 씨 농장의 오리는 항생제가 필요 없다. 덕분에 2007년 이 농장은 사육 전 과정에 항생제를 쓰지 않는 친환경 축산물 인증을 오리농장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받았다. 같은 해 역시 오리농장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사육에서 가공, 포장에 이르는 전 공정에서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도 받았다.

차별화된 품질에 제품의 안전성과 위생성이라는 날개를 달자 판로가 열렸다. 2008년 CJ오쇼핑의 ‘1촌 1명품’ 상품으로 홈쇼핑 방송에 소개된 이래 방송 첫해 3억 원, 지난해 25억 원 등 올해까지 3년간 5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일반 오리 가공제품보다 비싼 가격(무항생제 훈제오리 340g들이 6팩과 윙 160g짜리 1팩에 5만3900원)에도 1회 방송에 평균 매출이 1억5000만 원에 달할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오리 하나만 바라보는 인생으로 큰 성공을 거둔 류 씨지만 그는 “아직 멀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농장 곳곳에 수십 대의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거래처 사람들이 컴퓨터만 켜면 농장의 오리 사육 과정을 24시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사육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칼슘, 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된 미국 하와이산 해양 심층수를 구입해 배탈이 난 오리에게 약 대신 먹이는 등 믿을 수 있는 오리를 기르기 위한 도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최근 농장 인근에 오리 가공 공장을 증축하고 있는 류 씨는 오리 가공 과정에도 새로운 도전을 계획 중이다. “지금까지 오리 제품은 친환경으로 기른 뒤에도 소비자에게 먹음직스럽게 보이려고 가공 과정에서 식용 발색제를 넣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 목표는 발색제를 쓰지 않아도 소비자가 즐겨 찾는 모양새를 갖춘 오리 가공 제품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아산=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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