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100년]“詩-일러스트-해설 ‘3색소통’의 뜨락”

  • 입력 2008년 12월 15일 03시 01분


동아일보에 1년간 ‘현대시 100년 사랑의 시·위안의 시’를 연재한 김경주 시인, 이광호 교수, 함성호 김행숙 시인, 김수이 교수(왼쪽부터). 이들은 “시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며 현대시 100주년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즐거운 축제였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동아일보에 1년간 ‘현대시 100년 사랑의 시·위안의 시’를 연재한 김경주 시인, 이광호 교수, 함성호 김행숙 시인, 김수이 교수(왼쪽부터). 이들은 “시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며 현대시 100주년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즐거운 축제였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현대시 100주년을 맞아 동아일보가 1년간 연재한 ‘현대시 100년 사랑의 시·위안의 시’가 12일 막을 내렸다.

이 연재는 김소월 윤동주 백석 등 현대시의 대표 시인뿐 아니라 오은 안현미 이영주 씨를 비롯한 젊은 시인의 작품도 함께 소개했다. 상반기 ‘사랑의 시’는 이광호 서울예대 교수, 김행숙 시인, 유성호 한양대 교수가, 하반기 ‘위안의 시’는 김수이 경희대 교수, 함성호 김경주 시인이 추천과 해설을 맡았다.》

‘현대시100년’연재마감

추천해설자한자리에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14층 회의실에서 대담을 가진 함성호 김행숙 김경주 이광호 김수이 씨는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한 현대시의 정전(正典)을 확보했다는 의미와 함께 우리 시가 얼마나 풍요롭고 다양하게 열려 있는지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소통할 수 있었던 축제의 장이었다”고 평가했다. 유 교수는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이 교수는 “한국 서정시의 중요한 테마이자 기본적 담론의 양식인 ‘사랑’이라는 측면에서 시를 선정했기에 상반기 연재는 현대시를 대표하는 주요 시인들의 작품을 소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최근 시의 다양한 경향도 반영했다. 함 시인은 “교과서에 나오는 시, 퍼 나르기 좋은 쉬운 시 외에도 갖가지 빛깔을 가진 좋은 시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데 연재의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하반기는 시국 불안정, 경제상황 침체 등의 사회적 상황과 맞물렸다. 현대시의 다양한 성과를 통해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건넬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러스트, 해설과 함께 시가 연재되는 방식은 시 읽는 즐거움을 고취했으며 문단 안팎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독자들의 반응을 블로그, 인터넷 카페 스크랩 등 여러 경로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김 교수는 “정호승 시인의 ‘바닥에 대하여’가 바닥에 처한 경제 여건 속에서도 힘을 내자는 의미로 스크랩되거나, 박주택 시인의 ‘지조론’이 교회 홈페이지에 인용되는 것 등을 봤다. 1년간의 연재가 독자들과 활발히 소통하며 축제처럼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함 시인은 “묻혀 있던 시인들의 작품은 인터넷상에서 제대로 검색이 되지 않았는데 연재를 통해 알려지고 독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는 것을 확인할 때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경주 시인도 “연재를 통해 소개했던 시인의 작업실에 우연히 갔다가 내가 썼던 시평이 냉장고에 붙어 있는 걸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재는 시의 유통 및 향유 방식의 변화에도 큰 역할을 했다. 김행숙 시인은 “온라인 소설 연재 붐에 이어 최근 포털사이트에서 시인들의 신작시를 연재하기 시작했는데 신문의 시 연재에 쏟아진 독자들의 관심이 이끌어 낸 변화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온라인상에서 시가 유통될 때 늘 선호되는 한두 편만 반복적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신문 연재를 통해 다양한 작품을 소개해 주는 작업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분량의 제한으로 소개하지 못한 작품이 있고 중요 작가의 시 세계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기에는 부족했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김행숙 시인은 “이제는 연재 방식에 있어서도 시를 온전히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시를 부분적으로 제시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방식이 시도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대시 100주년 기념의 이벤트를 넘어서 앞으로의 역할에 대한 당부도 이어졌다. 이들은 “신뢰도와 파급력이 높은 매체 특성을 살리고 콘텐츠와 소통 방식을 다양화해 시와 독자 사이에서 계속 제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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