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책향기]개천서 ‘용’ 못난다

  • 입력 2008년 12월 6일 03시 00분


재능-노력만으론 성공 보장못해

혈통-금전 등 유리한 환경 중요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기자를 지냈고 지금은 뉴요커지에 글을 쓰고 있는 맬컴 글래드웰은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00년 펴낸 ‘티핑 포인트(The Tipping Point)’와 2005년의 ‘블링크(Blink)’를 통해서다.

‘티핑 포인트’는 트렌드의 발생과 전개 과정을 분석한 책. 그는 유행을 바이러스에 비유했다. 유행이나 변화가 열정을 지닌 한 사람에게서 시작돼 독감처럼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가는 현상을 살펴 유행의 발생 지점을 분석한 것이다.

그는 또 ‘블링크’에서 “우리는 새로운 상황에서 결정을 할 때 순간적으로 솟아나는 생각을 갖게 되는데 그 순간은 2초 정도로 짧지만 매우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그 2초 동안에 이뤄지는 의사결정을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안팎에서 주목받았던 두 책에 이어 최근 펴낸 새 책도 출간과 동시에 뉴욕타임스의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제목은 ‘아웃라이어스(Outliers)’. ‘성공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성공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다. 비슷한 재능과 학식을 가졌으면서 어떤 사람은 크게 성공하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평범한 삶을 살게 되는 이유를 분석했다.

‘아웃라이어(outlier)’는 ‘바깥에 있는 사람’을 뜻하는 말. 이 책에선 예외적인 성공을 한 사람들을 가리킨다.

그는 ‘성공은 재능과 노력의 결합’이라고 보는 시각에 반대 입장을 취한다. 성공을 하느냐 아니냐는 그 사람의 주변 환경과 문화 등으로부터 결정적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는 “완전한 무(無)에서 큰 업적을 이루는 사람은 없으며 성공한 사람들은 혈통이든, 금전적 뒷받침이든 유리한 상황, 특별한 기회의 수혜자들”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빌 게이츠의 예를 든다.

“빌 게이츠의 성공은 그가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컴퓨터를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컴퓨터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시대에 그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배우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또 “부잣집 아이들은 여름방학 때도 지식을 살찌울 책에 둘러싸여 살고 캠프 생활도 하지만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고도 말한다.

그는 책에서 왜 프로하키선수 중 1월 출생자가 많나, 유대인 이민자들이 뉴욕에서 가장 힘 있는 변호사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 벼농사 문화가 아시아 어린이들의 수학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등 소소한 의문을 소재로 다뤄 읽는 재미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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