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세대]<6>상호작용하는 참여

입력 2008-10-08 02:54수정 2009-09-24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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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무관심하다?… 참여방식만 다를 뿐이에요”

《“하와이 힐턴호텔에 근무하는 요리사입니다. 조리복의 오른쪽 어깨에 태극기를 달고 한국문화를 알리고 있습니다. 먹을거리로 한국을 알리는 것이 꽤나 효과적입니다.”(백은성) “외국인 친구를 보면 한국의 역사보다 다이내믹한 한국을 좋아합니다. 24시간 먹을거리, 놀거리 문화를 특히 좋아합니다. 건전하면서 활기찬 문화상품이 나왔으면 합니다.”(윤형준)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VANK)’가 인터넷 ‘싸이월드’와 함께 지난달 22일부터 진행하는 ‘대한민국 홍보 프로젝트’. 독도와 한국의 역사, 문화를 세계인들에게 알리는 아이디어 공모전에 보름 동안 5400명이 넘는 누리꾼이 생생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

깃발-구호 보다 효과적이고 재미있는 생활정치 선호

지역-직업 떠나 모임 결성… 인터넷-메신저로 의견나눠

“우리문제 우리가 해결” 청년실업 등 해법찾기 힘 합쳐

반크의 박기태(34) 단장은 “어학연수, 배낭여행 등으로 글로벌한 경험을 지닌 2030세대에겐 ‘민족’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며 “외국을 배척하는 ‘이념적 민족주의’를 싫어할 뿐 세계와 교류하는 ‘쿨(cool)한 민족주의’는 좋아한다”고 말했다.

2030세대는 정치에 무관심하다?

아니다. 이들은 “정치권이나 운동권의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정치행태와 편 가르기 식의 이념 전쟁에 관심이 없는 것이지 사회 현상에는 오히려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관심사나 피부에 와 닿는 문제라면 적극적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댓글을 올려 여론을 만든다. 지역, 학교, 직업을 초월해 모임을 만들고 목소리도 낸다. 깃발을 들거나 구호를 외치는 방식이 아닌 효과적이고 재미있는 참여를 고민한다.

○ “정치는 내 몫 찾기”…생활 정치

2030세대에게 정치는 386세대가 보여 준 것과 같은 ‘세상을 바꾸려는 선전포고’가 아니다. 철저하게 현실에 바탕을 둔 ‘내 자리 찾기 캠페인’이다.

청년실업자 모임인 ‘전국백수연대(전백련)’는 2030세대가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풀어보겠다며 나선 청년세대의 정치세력 1세대다. 10년 전 온라인 소모임으로 발족해 이제는 정부, 시민단체와 ‘정책 공조’를 할 만큼 뿌리를 내렸다.

발족 당시 사람들은 “백수들도 모이느냐”며 비웃었다. 하지만 현실은 보수 진영이나 진보 진영 어느 쪽도 청년실업에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전백련 주덕환(39) 대표는 “정치권이나 시민단체가 청년실업을 해결하겠다고 나서지만 당사자가 아니다 보니 의지가 떨어지는 데다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세대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도, 아픈 곳을 보듬어 주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활동은 정치권이 선거 때마다 내놓는 ‘일자리 OO만 개 창출’ 공약과는 다르다. 백수의 기를 살리기 위해 ‘회비 1000원 모임’을 갖거나 취업·창업 노하우를 공유하는 식이다.

주 대표는 “정부를 비판하기 위한 게 아니라 청년실업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대응하고 백수도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해 달라는 우리들의 목소리 내기”라고 말했다.



○ “헤쳐 모여” 네트워킹 정치

이 세대의 정치 참여 방식은 게릴라식이다.

관심 있는 이슈가 생기면 메신저나 인터넷 클럽을 통해 생각을 나눈다. 시민단체처럼 상근 간사를 두는 것도 아니고, 조직화된 정당원도 없다. 하지만 ‘옥상옥(屋上屋)’이 없어 공통분모만 찾으면 행동이 빠르다.

17대 대선 당시 청년 유권자 활동을 한 ‘커밍아웃2035’의 공동대표 김상민(35) 씨는 “‘국가적 대의를 위해 연대하자’는 식이 아니라 함께 공연을 보거나 술을 마시다 ‘살다 보니까 불편하던데…’ 하며 뜻이 모아지는 식”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커밍아웃2035’ 활동을 바탕으로 이달 중 문화정치네트워크 ‘뉴박스’를 발족한다. 대기업 직원, 이벤트 기획자, 교사, 비보이 등 다양한 이들과 함께 각각의 네트워크를 동원해 필요한 곳에 정보, 재정, 사람 등 자원을 연결해 줄 계획이다.

서강대 전상진(사회학) 교수는 “포스트 386세대는 자신들을 대의하지 못하는 제도권 정치에 어느 세대보다 회의적이라 이해가 걸린 문제에 스스로 나서는 길을 선택한다”며 “이들의 정치 참여 방식은 사회 변화의 모티브가 되는 긍정적 측면과 공공선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드는 부정적 측면이 함께 있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북한문제 접근은

보수-진보 이분법 사고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북한 알기 강조

‘2008 북한인권 국민캠페인’ 행사 마지막 날인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 대학생 180여 명이 몰려들었다. ‘북한인권 대학생 국제회의’에 참석해 중국 내 탈북 고아들의 실태와 구제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1997년 13세 때 탈북하면서 고아가 된 뒤 어려움을 극복하고 현재 일본 리쓰메이칸(立命館)대에 다니고 있는 박충식(24) 씨가 자신과 다른 탈북 고아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참석자들은 탈북 고아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방안을 논의했다.

전쟁과 독재, 그리고 민주화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2030세대’는 이른바 ‘북한 문제’에 무관심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감성과 시각으로 북한을 바라보고 문제 해결에 참여하려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이전 산업화 및 민주화 세대가 설정한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북한에 대한 고정관념보다는 실제에 근거한 분석을 중시하고 네트워킹과 소통을 통한 ‘상호작용’과 ‘참여’를 강조한다.

이날 행사를 진행한 주체는 국내 대학생단체인 ‘북한인권청년학생연대(학생연대)’였다. 대표는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윤주용(28) 씨. 2006년 모임에 가입해 올 1월 대표를 맡았다.

숙명여대 북한인권 동아리 ‘H.A.N.A.’의 유지숙(21·여·정치외교학과 3학년) 대표가 연사로 나와 지난 10년 대학생 북한인권 운동의 성과를 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했다.

이들은 “대학생들이 북한 실상을 깨닫고 북한인권 문제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활동 목적”이라며 “이를 위해 교육사업과 문화행사, 이벤트 등 젊은 대학생들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활동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상대방에게 북한 현실을 폭로하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참여해 깨닫게 만들려고 애쓴다. 국내외의 ‘연대’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보수적 북한 인식’에 ‘진보적 방법론’을 가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2030세대’의 새로운 북한인권 운동은 진보진영 내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올해 초부터 진보적 평화운동단체인 ‘평화네트워크’에서 간사로 일하고 있는 조원영(28·여) 씨도 북한인권 운동의 새 방법론을 고민하고 있다.

조 씨는 “나는 보수도 진보도 아닌 평화 네트워커(peace networker)”라며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 사람과 단체들이 서로 만나서 연대하고 소통하면 해결방법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윤 씨와 조 씨는 북한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접근을 강조했다. 산업화 민주화 세대가 북한에 대해 각각 ‘적’과 ‘민족’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들은 있는 그대로의 북한 알기를 강조한다.

북한인권 실태를 객관적인 방법으로 추정해야 하지만 진상이 드러난 것에 대해서는 북한에 당당히 상응하는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젊은 세대는 전쟁과 이후 좌우대립의 기억에서 자유롭고 그들만의 새로운 정서와 감성으로 북한 및 한반도 문제에 접근하려고 한다”며 “이들이 북한 문제를 올바로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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