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이런 것까지]<9>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 김영락 회장

입력 2008-07-04 02:58수정 2009-09-24 18:23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950년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끈 승용차인 ‘스터드베이커 챔피언’ 앞에서 포즈를 취한 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 김영락 회장. 비행기 앞부분을 본떠 만든 차체는 당시로선 혁신적인 디자인이었다. 서귀포=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서양 사람들은 결혼기념일 같은 특별한 날에만 타는 ‘보물차’가 따로 있습니다. 그들에게 자동차는 단순한 탈것이 아니라 개인의 작은 역사이자 문화인 셈이죠.”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의 김영락(66) 회장은 4월 5일 자동차 69대를 모아 박물관을 열었다. 이곳에는 1886년 독일 카를 벤츠가 제작한 세계 최초의 자동차 ‘벤츠 파텐트’를 비롯해 외제차 59대와 1955년 미군 자동차의 엔진과 드럼통으로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택시 등 국산차 10대가 있다.

김 회장은 32년 동안 경영하던 회사를 정리하고 여행을 다니다 미국 비행기 박물관에서 충격을 받았다. 60세인 자신이 처음 보는 것을 미국에서는 6세도 되지 않은 아이가 본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고민 끝에 외국 못지않은 자동차 박물관을 세우기로 결심했다.

세계 각국에서 오래된 자동차를 구하느라 애를 많이 먹었다. 1952년 제작돼 영국 왕실에서 타고 다닌 ‘롤스로이스 실버레이스’는 왕실의 주치의가 퇴임 기념으로 받았는데 나이가 많아 타고 다닐 수 없다는 정보를 듣고 얼른 가서 구했다. 왕실용 차의 엠블럼은 금과 구리로 이뤄져 800만 원에 이른다.

“자동차를 수집하다 보니 세계사의 중요한 순간을 직접 살아 보는 기분이에요.”

그는 1949년 미국에서 만든 ‘스터드베이커 챔피언’을 가리키며 제2차 세계대전이 낳은 자동차라고 소개했다. 2차대전에서 활약한 비행기는 강함과 안전함의 상징이었다. 이 차의 디자이너도 이에 착안했다. 차의 앞부분은 비행기의 앞부분과 비슷했고 엠블럼도 비행기를 형상화했다. 김 회장은 “비행기를 닮은 거대한 디자인은 1960년대까지 이어졌지만 1972년 오일 쇼크가 발생하며 자취를 감췄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첨단기술이 도입된 자동차에도 관심이 많다. 박물관 입구에 전시된 벤츠 300SL(1956년)은 차문이 위로 열린다. 1950년대 독일의 아우토반에서는 자동차 속도 경쟁이 붙었다. 300SL은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문 아래를 높였지만 사람이 타고 내리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 결국 벤츠는 문을 위로 열어 승하차를 편하게 했다. 300SL의 계기반에는 최고속도가 270km로 적혀 있다.

“사람들은 애지중지하던 자동차가 폐차되지 않고 박물관에 오래도록 보존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제게 차를 팝니다. 제 사명은 그런 바람을 들어주는 것이죠.”

금속으로 만들어진 자동차는 쉽게 녹이 슨다. 김 회장은 박물관 용지에 정비소를 마련해 일정 기간 차의 녹을 벗기고 코팅을 한다. 전시된 자동차의 70% 이상이 축전지를 충전하고 기름을 넣으면 운행이 가능하다.

“미국은 60년이 넘은 제품을 국가에서 문화재로 지정해 보호합니다. 지금 쉽게 사고 버리는 공산품도 시간이 지나면 역사적 유물이 돼요. 자동차는 앞으로 계속 생산될 테니 박물관도 점점 커지겠죠. 역사는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서귀포=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