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마당발]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

  • 입력 2007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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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 인맥 비결은 ‘십자가 네트워크’

“제가 좀 할 얘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조현정(사진) 비트컴퓨터 회장은 ‘경제계 마당발’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1세대 벤처기업가인 조 회장은 1988년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1995년 벤처기업협회 창립을 주도하는 등 각계에 거미줄 같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인하대·이화여대 겸임교수, 한국기술거래소 이사장,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 등 맡고 있는 직책이 40개가 넘는다.

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비트빌 조 회장 사무실에서 이뤄진 인터뷰는 마치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이었다.

○잠자는 친구 깨워 같이 공부하라

‘잠자는 친구를 깨울 것인가 말 것인가.’

조 회장이 사무실 벽에 걸린 모니터를 켜자 나온 문구였다.

“예전에는 내가 공부할 때 친구가 잠을 자야 내가 유리했지만, 지금은 잠자는 친구를 깨워서 같이 공부해야 합니다. 친구를 똑똑하게 만들어서 그 친구의 능력을 활용해야 합니다.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주변의 능력을 공유하고 나눠야 합니다.”

조 회장은 자신의 인맥이 담긴 엑셀 프로그램도 보여 주었다.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의 이름과 연락처뿐만 아니라 인상착의와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등이 적혀 있었다. ‘180cm의 키에 호감 가는 얼굴’, ‘정 박사와 함께 만나 장학 재단에 관해 대화’ 등으로 간단한 메모가 돼 있었다.

조 회장은 “만나는 사람이 너무 많아 다음에 만났을 때 기억하기 좋게 메모를 해 둔다”고 말했다.

2004년 이후에 저장된 인원만 5000명 이상이고, 이전에 저장된 사람까지 합치면 1만5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어떻게 관리할까.

조 회장은 “일일이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고의 인맥 관리는 내가 모르는 사람들에게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입니다. 대중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려면 부지런하고 깨끗하고 반듯해야 합니다.”

○후배 키우려 교육센터도 만들어

조 회장은 평소 ‘십자가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십자가 네트워크’는 자신을 중심으로 머리 부분은 윗사람을 많이 알도록 노력해야 하고, 아래로는 후배들을 키우며, 오른쪽은 뜻을 같이하는 다수의 동료를 늘려 가고, 왼쪽은 자신과 추구하는 가치는 다르지만 사귀어 둘 만한 사람들과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다.

그는 “십자가를 보면 중심에서 위보다 아래가 더 긴데 이것은 윗사람보다 아랫사람을 향해 더 많은 인맥을 쌓아야 한다는 것을 뜻하고, 왼쪽과 오른쪽이 같은 것은 균형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뜻이 맞는 사람뿐만 아니라 뜻이 맞지 않는 사람도 똑같이 사귀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조 회장이 1990년 사재를 털어 비트교육센터를 만든 것도 아래를 살피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라고 했다. 비트교육센터는 17년간 7455명을 배출했고, 이들은 정보통신업계에서 ‘조현정 사단’으로 불리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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