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험난한 리그]<6·끝>유학 성공의 길

  • 입력 2007년 1월 2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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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조기유학을 위해서는 확실한 목표를 정한 뒤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아이 혼자 떠나는 조기유학은 한국인이 많은 곳을 피하는 등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성공적인 조기유학을 위해서는 확실한 목표를 정한 뒤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아이 혼자 떠나는 조기유학은 한국인이 많은 곳을 피하는 등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외국계 컨설팅 회사인 액센츄어에 근무하는 이재화(27·여) 씨는 취업 성공의 비결로 조기유학 기간에 착실히 쌓은 경력을 꼽았다.

서울 대원외국어고 1학년이던 1997년 미국으로 떠난 이 씨는 영어를 빨리 배우기 위해 일부러 한국 학생이 한 명뿐인 펜실베이니아 주의 한 고교를 택했다.

이후 오하이오 주의 우스터칼리지에 진학했고 방학 때마다 한국에 와 이벤트 회사나 컨설팅 회사에서 각종 인턴십을 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이 씨는 “조기 유학생 가운데 현지에서 한국 학생과 어울려 다니거나 방학 때 귀국해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이런 경력은 졸업 이후 아무런 도움이 못 된다”면서 “국내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남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경력과 인맥을 착실히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성실하게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성공한 조기 유학생의 사례도 적지 않다. 유학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조기유학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인생 설계를 구체적으로 세우고 실천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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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린 만큼 거둔다

김진선(24·여) 씨는 조기유학의 난관을 확실한 목표 의식으로 슬기롭게 극복했다.

그는 광고 전문가를 꿈꾸며 고교 1학년 때 미국으로 떠났다. 언어 장벽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기숙사에서 여러 나라 친구들과 적극적으로 사귀면서 문화 장벽까지 극복했다.

많은 조기 유학생이 현지 생활에 장벽을 느끼다 한국 학생들끼리 어울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 씨는 일리노이주립대 어바나샴페인에서 광고학을 공부하다 미국광고연합회(AAA)의 인턴으로 합격했지만 미국 영주권이 없어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일본에서 광고회사 인턴십을 거쳐 제일기획의 현지 채용에 합격했다.

김 씨는 “조기유학을 가려면 목표가 확실해야 하고 정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야 길이 열린다”고 말했다.

○장기 계획을 짜라

‘다른 사람도 다 가는데…’, ‘영어 하나만 잘해도 성공 아닌가’라는 식으로 생각하며 조기유학에 나설 경우 대부분 실패하고 만다.

유학뱅크 강남센터 관계자는 “상담 중 ‘입시지옥에서 벗어나 편하게 공부하면 충분하다’고 말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면서 “어린 시절 일시적 도피처를 찾기는 쉽지만 현지에서 성공한다고 보장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체류기간, 대학 진학과 장래 진로까지 아우르는 계획을 세워야 성공적인 조기유학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을 거야’라는 최종 목표만으로는 힘든 외국 생활을 버티기 힘들다는 것. 적어도 ‘미국에서 의사로 정착하기 위해 미국 자연계 대학을 거쳐 메디컬 스쿨에 진학하겠다. 고교에서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이공계 진학 과목을 집중 공부하면서 AP(대학과목 사전이수제도)과정을 이수해야지’라는 과정을 포함한 구체적 밑그림이 있어야 한다.

서울 J유학원 관계자는 “일단 단기 어학연수인지, 학문을 위한 장기 유학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면서 “영어를 배우겠다고 유학 기간을 한두 해 늘리다 보면 귀국한 뒤 적응하기 힘들어져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공부를 팽개친 학생, 경제 사정이 넉넉지 않은 학생, 인문계열 학생은 중도 포기율이 높은 편이므로 신중히 생각하라고 충고한다”고 밝혔다.

○세심하게 준비하라

가정 형편에만 맞춰 유학 국가나 체류 형태, 학교 등을 선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선택은 최선의 결정이 아닐 수도 있다.

3년 전 딸(17)을 뉴질랜드로 보냈다가 지난해 미국 보스턴으로 보낸 정현숙(52·여) 씨는 “유학 비용이 미국의 절반인 연간 2500만 원 정도여서 뉴질랜드로 보냈다”면서 “이후 딸이 디자인 공부를 하고 싶다며 미국행을 고집해 유학기간을 줄이는 대신 결국 미국으로 유학을 다시 보내는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말했다.

부모 동반 유학인지 ‘나홀로 유학’인지에 따른 차별화 전략도 필요하다.

조기유학 전문가인 홍영규 미국변호사는 동반 유학은 대도시도 괜찮지만 자녀 혼자 보내는 유학은 작은 도시가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그는 “로스앤젤레스나 밴쿠버 등 한국 유학생이 많은 곳에선 사춘기에 이성교제 등으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자녀가 어리거나 혼자서 유학을 가야 할 때는 현지에서 보호자 노릇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외국 학생들을 위한 영어교육과정(ESL)이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프린스턴리뷰코리아 이용훈 대표는 “남의 이목 때문에 명문대만 고집할 게 아니라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곳이 좋다”며 “미리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는 조기유학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무턱대고 명문 고집 문턱도 못넘을 수도”▼

“조기유학을 다녀온 뒤 아이의 영어 성적이 더 떨어졌어요.”

아이를 조기유학 보낸 한 부모가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다. 아이의 잘못이 아니다. 점수가 아닌 행복 위주로 몇 년을 살다 보면 ‘한국식 성적’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럽다.

조기유학을 통해 얻은 자연스러운 영어 구사,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관대함, 이국생활에 대한 자신감 등은 큰 자산이다. 특히 영어 구사력은 한국에서는 쉽게 배우기 힘든, 평생의 값진 재산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조기유학을 하면 얻는 것이 잃는 것과 함께 있다. 이 때문에 조기유학 기간을 충실히 보내려면 전략을 세워야 한다.

우선 고급 교육정보의 이너서클에 들어가라고 권하고 싶다. 미국 교육의 특징은 하향 평준화다. 고교생이 셈을 깨치더라도 “Finally, you did it.(마침내 해냈구나.)”이라고 칭찬한다. 이게 전부는 아니다. 미국에는 똑똑한 아이들끼리 모이는 그룹, 시스템이 따로 있다. 자기들끼리 서로 수준 높은 정보를 주고받는다.

적정한 유학시점은 목표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 대학 진학을 원한다면 중학교 1학년쯤이 좋다. 2년 정도 미국 교육을 경험하고 대학입시에서 중요한 고교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 1, 2년간 적응기간이 필요해 고교 때 유학을 시작하면 좋은 대학에 가기 힘들다.

자연스러운 영어 구사가 목표라면 초등학교 5, 6학년 때 유학 가 1∼3년 지내는 것이 좋다. 이런 아이는 한국에 돌아와서라도 중고교 교육에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다. 너무 어릴 때 미국에서 살면 한국에 와서 영어를 잊어버리고, 제대로 된 영어 발음을 하기 어렵다.

어떤 학교를 선택하느냐도 중요하다. 한국 부모들은 학교의 평판을 너무 따진다. 지난해 “영어 수준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한국 학생 지원서 140장을 아예 심사에서 제외했다는 한 사립학교 입학사정관을 만난 적이 있다. 원서비를 100달러로 잡더라도 1만4000달러가 날아간 것이다. 자녀의 수준에 맞는 학교에 보내야 자녀가 자신감을 잃지 않고 클 수 있다.

케빈 리 영재클럽인 ‘5%클럽’, 교육기관인 ‘Jumping

Brain Education institute의 CEO

미주교육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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