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이슈&고교교과]‘된장녀’ 과연 공공의 적일까요

입력 2006-08-29 03:00수정 2009-10-0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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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된장녀가 대중 속으로

자기 치장에 몰두하고 고가품을 선호하며 서양 문화를 추종하는 허영에 찬 20대 여성을 가리키는 ‘된장녀’ 논란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허영에 물든 사회의 단면을 지적했다는 주장과 근거 없이 여성을 비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왜곡된 인터넷 문화라는 반박이 충돌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의 된장녀 논란은 신문과 잡지, 방송 매체에까지 확대되면서 인터넷 문화·온라인 문화가 오프라인으로 전파돼 대중에게 널리 파급되는 형국이다. 인터넷문화가 대중매체로 연결돼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일반사회, 사회문화→ 정보화 사회의 문화]

된장녀, 그 개념의 모호성

일반적으로 된장녀는 자신은 능력이 없지만 남자에게 기대 외국의 고가품이나 고급문화를 지향하는 여성으로 의미가 규정된다. 그 개념과 한계가 모호하지만 고가품 지향소비와 된장녀의 개념은 확실히 연결되어 있다. 고가품 지향 소비와 관련된 소비행태를 설명하는 개념으로는 베블런 효과, 밴드왜건 효과, 스놉효과 등을 들 수 있다. 고가품 소비 자체를 과시욕과 허영심에 의한 소비로 보면 베블런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남들이 고가품을 소비하니까 따라한다는 측면에서는 밴드왜건 효과, 남들과는 다른 소비를 하고 싶어서 고가품을 선호한다는 면에서는 스놉효과로 볼 수 있다. 경제적 조건 때문에 고가품 소비를 못하는 사람들이 된장녀를 비난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고 자기만족을 추구하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비하·폄훼의 의미가 강한 된장녀의 개념과 한계가 모호해 최근에는 평범한 여성도 된장녀로 몰릴 수 있다는 공포에서 자유롭지 않다.

[경제→ 합리적 소비]

된장녀가 양극화 심화 해소?

현재 우리사회에는 고가품 소비를 원하지만 불가능한 계층이 많다. 고가품 소비가 유행할수록 그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사람들은 된장녀를 마녀사냥 식으로 비판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누리고 상대적 박탈감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딱히 누구, 어떤 부류라고 꼬집을 수 없는 모호한 대상을 만들고 그 가공의 대상을 공격하고 있다. 그리하여 심리적으로나마 양극화 해소의 효과가 나타난다면 사회적 이익이 크다. 그러나 된장녀의 존재나 ‘명품족’의 존재를 모르고 살아가던 서민들에게는, 된장녀의 개념 확산이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심화시키고 계층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효과를 초래할 것이다.

[사회문화→ 계층문제와 양극화]

개념의 변증법적 역설성(逆說性).

경제 통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경제수준에 비해서 외국산 고가품 수입량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수준에 비해 고가품 소비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소득분배 상태가 극히 왜곡되어 양극화(부익부 빈익빈이 극단적으로 심화)되어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된장녀가 많아지고 된장녀를 키우는 남자가 많은 사회일수록, 형평성과 공정성이 극도로 악화된 천민자본주의 사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된장은 전통음식의 대명사이며, 향토적이며 소박한 의미이다. 그런데 된장녀는 남자한테 의지하는 서구지향적 ‘명품족’의 의미이다. 이러한 된장녀의 역설적 개념을 변증법적으로 접근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사회는 현재 부의 불균형이 매우 심각한 상태이다. 그리하여 본인의 경제력이든 남자의 경제력에 의존하든 지나친 과소비 내지 과시소비의 행태는 국민대중이 지양(止揚)의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는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

[윤리→ 자본주의 문제점]

최 강 최강학원장, 통합교과논술강사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핵심 키워드▼

■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베블런(Thorstein Bunde Veblen)이 자신의 저서 ‘유한계급론(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 1899)’에서 ‘상층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하여 자각 없이 행해진다’는 ‘과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를 지적한 데서 생겨난 말이다. 베블런 효과는 상류층 소비자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소비 행태로, 가격이 오르는 데도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값비싼 귀금속류나 고급 자동차 등은 경제상황이 악화돼도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는 꼭 필요해서 구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단지 자신의 부를 과시하거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베블런 효과를 마케팅이나 광고에 이용하여 고급화와 차별화, 고가 정책을 표방하기도 한다.

■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

밴드왜건(대열의 앞에서 행렬을 선도하는 악대차)이 연주하면서 지나가면 사람들이 궁금해 모여들기 시작하고 몰려가는 사람을 본 많은 사람들이 무작정 뒤따르면서 군중들이 더욱 불어나는 현상을 비유한 것.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의사결정을 의미한다. 즉, 강자나 다수파가 택한 결정을 그대로 따라하게 되는 인간심리에서 비롯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밴드왜건 효과의 예로는 자신의 표가 사표(死票)가 될 것을 우려해 당선이 유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행위나, 많은 사람들이 구매한 상품을 자신도 따라 사게 되는 구매행동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반대개념으로는 열세후보에게 동정표가 쏠리는 언더도그 효과(underdog effect)가 있다.

■ 스놉 효과(snob effect)

다수의 소비자가 구매하는 제품을 꺼리는 소비현상을 뜻하는 경제용어로, 남들이 구입하기 어려운 값비싼 상품을 보면 오히려 사고 싶어 하는 속물근성에서 유래한다. 속물 효과라고도 하며, 자신은 남과 다르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마치 백로 같다고 하여 백로 효과(白鷺 效果)라고도 한다. 브랜드 지향, 독점욕, 우월감 등 타인과 비교해 특별한 존재로 있고 싶다는 인간의 심리가 파생시키는 경제적 효과이다. 1950년 하비 레이번슈타인(Harvey Leibenstein)에 의해 처음 사용된 용어로 스놉(재산과 지위로 거만을 떠는 속물)이 선호하는 브랜드 물품이 일반 구매층에게까지 경제적 영향을 미치는 데서 이런 말이 나왔다. 경제 불황이 이어져도 고급품을 파는 가게는 성황을 이루는 것도 모두 스놉 효과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 천민자본주의

독일의 사회학자 베버(Max Weber)가 사용한 사회학 용어로, 전근대적, 비합리적 자본주의를 말한다. 베버가 이 용어를 쓸 때 염두에 두었던 것은 유럽경제사에서 상인이나 금융업자로서 특이한 지위를 차지해 왔던 유대인들의 생활상이었다. 유대인의 경우 고대 말기 이후 그들 종교의 독특하고도 강렬한 성질로 인하여 스스로를 천민민족으로 분리시켜 거의 상업이나 금융업만을 영위하는 민족이 되었다. 그리고 상업이나 고리대금에 갖가지 사회적 제한을 가했던 중세 봉건시대에는 반대로 여기에 기생하면서 이득을 취하는 특수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처럼 천민자본주의란 비합리적이며 종교나 도덕적으로 비천하게 여겼던 생산 활동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사회에서는, 물질이나 이기심에 집착한 나머지 공정성을 상실하여 타락한 자본주의를 의미하며, 독점이나 투기 등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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