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오디세이]서울시향 오디션 뉴욕서 하는 까닭

  • 입력 2006년 4월 15일 03시 01분


코멘트
인간의 숨결로 소리를 내는 관악기. 그래서 관악기로만 이뤄진 악단은 ‘윈드 앙상블’이라는 낭만적인 이름으로 불린다. 사람의 입으로 부는 관악기는 현악기보다 훨씬 음량도 크고 강약 조절이 쉽기 때문에 다이내믹한 현대음악에서 특히 각광 받는다.

파워풀한 금관악기의 포효가 돋보이는 말러의 ‘교향곡 8번’, 목관악기들이 끊임없이 재잘대며 약동하는 봄의 기운을 표현하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4개의 밸브 구멍이 달린 작은 튜바(일명 ‘바그너 튜바’)를 고안해 특수효과를 낸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관악파트의 기량이 떨어지는 오케스트라는 바그너, 말러, 부르크너, 쇼스타코비치 등 요즘 유행하는 대편성 레퍼토리를 연주할 수 없는 한계를 갖는다.

국내 오케스트라의 경우 현악 파트는 세계 수준이라는 평을 듣는 데 비해 관악기 연주자의 기량은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정명훈 예술감독 취임 이후 새롭게 악단을 정비하고 있는 서울시향도 지난해 4월부터 3차례에 걸쳐 오디션을 실시했지만 관악 파트에서는 수석 단원을 뽑지 못했다. 급기야 다음 달 13일부터 21일까지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3차례에 걸쳐 오디션을 열 예정이다.

국내에 훌륭한 관악연주자가 드문 이유는 뭘까. 일반적으로 서양 사람에 비해 동양인의 체격조건이 불리하다는 것이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서양 교향악단에서는 100kg이 넘는 거구의 금관악기 연주자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웃 일본의 경우 해외에서 활동하는 실력 있는 목관주자들이 많고, NHK교향악단의 경우 전원이 자국인으로 구성된 관악파트를 갖고 있다.

국내 관악파트가 약체인 것은 체격조건보다는 연주의 대중적인 저변이 약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축구를 잘하려면 유소년 축구클럽이 많아야 하는 이치와 같은 것. 피아노나 바이올린은 3, 4세부터 영재교육에 해외유학까지 시키지만 관악기는 체계적인 레슨을 받는 경우가 드물고 중고교 관악합주단이 거의 유일한 음악교육의 통로였다. 실제로 1960, 70년대 중고교 밴드부는 지역사회 문화행사에서 큰 역할을 했고, 졸업생 중 음대에 진학한 학생들이 관악분야의 연주자로 많은 활약을 해왔다. 그러나 그마저 있던 고교 밴드부도 치열한 입시경쟁 속에 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트럼펫 연주자인 강남심포니교향악단의 지휘자 서현석(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씨는 “유럽 미국 일본에서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비전공자인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브라스밴드가 생활화돼 있다”며 “우리도 적성과 상관없이 무조건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배우는 엘리트주의적인 음악교육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주변을 점점 부드럽게 감싸는 바람처럼, 청명한 관악기 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 보고 싶은 봄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