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파워그룹 그들이온다]<15>KAIST출신들

입력 2006-03-16 03:05수정 2009-10-08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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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뜬다” 성공 꿈꾸는 벤처
KAIST 동문창업관 입구 안내판에 졸업생들이 설립한 신생 벤처회사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들어 있다. 무료로 사무실을 빌릴 수 있는데다 교수들과 수시로 의견 교환을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사진 제공 KAIST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국내 첫 연구중심 이공계 대학이다. 1971년 설립 이후 35년 동안 자타가 인정하는 학문적 업적을 이뤄 냈다. 하지만 KAIST 출신들이 연구에만 몰두한 것은 아니다. KAIST는 첨단 정보기술(IT) 인터넷 분야의 최고경영자(CEO)를 다수 배출한 국내 벤처기업의 메카이기도 하다. 일부 졸업생은 전문경영인으로 두각을 나타내면서 기술과 경영에 능통한 ‘이공계 CEO’ 시대를 열었다. KAIST의 도전정신과 실용정신이 낳은 결과이다. 과학기술 행정 등 정부 부처 요직에도 KAIST 출신이 적지 않다. 이들은 과학 전문지식과 행정능력을 겸비한 기술관료(테크노크라트)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 한국 벤처기업의 메카

KAIST 출신 기업인들의 모임인 ‘과기회’에는 벤처기업만 800여 개가 등록돼 있다.

이범천(李凡千) 전 큐닉스컴퓨터 회장, 정광춘(鄭光春) 잉크테크 사장, 김광태(金光泰) 퓨처시스템 사장, 장흥순(張興淳) 터보테크 전 사장 등 국내 벤처 1세대를 대표하는 기업인들이 대부분 KAIST 출신이다.

1990년대에 KAIST를 졸업한 벤처 2세대의 면면도 화려하다. 청소년과 젊은 층에서 인기 높은 게임이나 온라인 사이트는 모두 이들이 만들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다.

세이클럽, 피망 등의 커뮤니티서비스를 하는 네오위즈 나성균(羅晟均) 사장,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이해진(李海珍) 최고전략 담당 임원(사장급), 한국을 ‘온라인 게임’ 강국으로 만든 ‘바람의 나라’, ‘리니지’의 개발 주역 송재경(宋在京) XL게임즈 대표, 국민게임 ‘카트라이더’를 내놓은 김정주(金正宙) 넥슨 대표 등이 2세대 선두주자들이다.

컴퓨터 보안업체 인젠의 임병동(林炳東) 사장은 “KAIST 학생들은 e메일, 게시판(BBS), 홈페이지 등을 남들보다 몇 년 앞서 경험했고, 이것이 네오위즈, 네이버 같은 인터넷 서비스 개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 이공계 출신 전문경영인도 배출

대기업에서 상무 이상 임원으로 재직 중인 KAIST 동문은 100여 명에 이른다. 대부분 각자 대학을 졸업하고 KAIST에서 석사과정을 거쳤다.

삼성그룹의 유석렬(柳錫烈) 삼성카드 사장, 권오현(權五鉉)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장, 김인주(金仁宙) 삼성 전략기획실 사장, 임형규(林亨圭)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은 모두 서울대를 졸업한 뒤 KAIST에 들어가 석사학위를 땄다.

서울대를 졸업한 김신배(金信培) SK텔레콤 사장과 권영수(權暎壽) LG전자 재경부문 사장도 KAIST에서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KAIST 93학번인 윤송이 SK텔레콤 상무는 24세에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딴 뒤 28세라는 젊은 나이에 SK그룹의 최연소 임원이 됐다.

이광형(李光炯) KAIST 학제학부장은 “벤처와 대기업에 진출한 졸업생들이 경제적으로 성공하면서 ‘돈 잘 버는 과학도’의 명성을 착실히 쌓고 있다”고 말했다.

○ 테크노크라트 모델도 제시

KAIST 출신들이 고위직 공무원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박영일(朴永逸) 과학기술부 차관, 변재진(卞在進) 보건복지부 차관, 박병원(朴炳元) 재정경제부 차관은 모두 서울대 학사, KAIST 석·박사 출신이다. 박영일 차관은 경영공학 박사, 변 차관과 박병원 차관은 산업공학 석사를 마쳤다.

김호식(金昊植·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서울대를 나왔지만 KAIST에서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땄다.

이들은 모두 현직에 있으면서 KAIST에 파견돼 석·박사가 됐다. 학생과 똑같이 입학시험을 보고, 석사 논문을 제출했기 때문에 ‘놀며 연수한’ 공무원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한다.

○ 도전정신과 실용주의가 무기

컴퓨터 보안업체 인젠은 KAIST 해커동아리 ‘쿠스’ 멤버들이 만든 회사다. 이들은 재학시절 포항공대생들과 상대방 학교의 컴퓨터 시스템에 침입하는 ‘해킹 전쟁’을 벌여 화제가 됐다. 해킹이 창업의 모태가 된 셈이다.

과기회 회장인 정광춘 잉크테크 사장은 “실용적인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구하고 또 연구하던 기억이 난다”며 “KAIST 인맥의 강점은 실용주의와 도전정신”이라고 말했다.

창업을 장려하는 학풍(學風)은 일찍부터 기업가 마인드를 키웠다.

학생들은 기술창업론, 벤처경영론 등의 강의를 듣고 교내 동문창업관의 공간을 빌려 사무실을 냈다. 교수들의 기술, 경영, 자금유치 카운슬링도 창업에 적잖은 도움이 됐다.

이광형 학제학부장은 김영달(金永達) 아이디스 사장, 임병동 인젠 사장, 김정주 넥슨 대표 등 벤처 기업가를 많이 길러 내 ‘한국의 터먼 교수’로 불린다. 미국 스탠퍼드대 프레드릭 터먼 교수는 제자들을 벤처 CEO로 키우고, 미국 디지털혁명의 산파 역할을 해 ‘실리콘밸리의 아버지’로 칭송받는 인물.

윤완철(尹完澈) KAIST 학생처장은 “이공계 최대 인맥으로 성장한 KAIST 동문은 기술 발전에 기여하면서 ‘과학 한국’을 이끌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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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가 문화를 만났을때…

‘과학과 문화의 만남.’

KAIST는 작년 8월 문화기술(CT·Culture Technology) 대학원을 설립했다. 과학과 문화의 접목을 표방한 교육기관으로서는 KAIST가 세계 처음이다. 목표는 ‘게임,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에서 한국적 정서와 첨단기술이 결합한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세계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원광연(元光淵) CT 대학원장은 “10년 후에는 이 대학원 출신 가운데 기술감독이나 특수효과 분야에서 아카데미 수상자가 탄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세계적으로 처음 시도되는 연구인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자랑이다.

CT 대학원 전임 교수는 모두 8명. 원 원장과 임창영(林昌榮) 교수는 KAIST 전산학과와 방송디자인학과 교수 출신이고, 이승연(李承娟) 구본철(具本哲) 교수는 미국과 독일에서 컴퓨터 음악전공으로 각각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정진(金廷珍) 교수는 첼로연주가이면서 전문 공연기획자. 대하 역사소설 ‘불멸의 이순신’의 작가 김탁환(金琸桓·문예창작과) 한남대 교수는 3월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밖에 스위스 제네바대 연구원 출신으로 컴퓨터 속 가상인간인 ‘디지털배우’를 제작하는 프레더릭 코디에 교수, 컴퓨터를 이용한 미술작품 제작의 세계적 권위자 라니아 호 교수 등 면면이 화려하다.

원 원장은 김탁환 교수를 선임한 데 대해 “그의 소설 집필 과정에는 과학논문 못지않은 창의력과 객관성이 녹아 있다”며 “한국적 색채가 짙은 공상과학소설과 영화를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의 ‘창작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만든 소설이 노벨 문학상을 타는 것이 꿈만은 아니다”고 했다.

현재 CT 대학원 학생은 석사과정 48명, 박사과정 21명. 이공계 인문사회 문화예술 등 출신 분야도 다양하다. 이 대학원은 향후 10년간 매년 50억 원씩 정부 지원을 받는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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