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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고싶고 되고싶은 2005과학기술인]<8>김상면 자화전자 대표

입력 2005-10-28 03:01업데이트 2009-10-0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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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사진작가 김연정 씨
“집에 있는 것보다 회사에서 일하는 게 더 재미있습니다.”

자화전자 김상면(59)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일 중독’ 엔지니어다. 맨손으로 시작해 전자부품 전문 업체 자화전자를 연매출 1200억 원의 중견기업으로 키워 내고도 70대 후반까지 일하는 것이 꿈이란다.

○ “집에 있는 것보다 회사서 일하는 게 신나요”

그는 어릴 적부터 엔지니어가 되고 싶었다. 공고를 졸업하면 서울대 공대에 입학할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되자 청주공고에 입학했다.

그런데 6개월 만에 그 제도가 폐지돼 당황스러웠다. 또 공고 수업은 실습 위주여서 기본 원리를 배우고 싶은 갈증이 생겼다. 그는 인문계로 옮겨 재수 끝에 한양대 금속공학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 공업진흥청, 풍산금속, 진흥화학 등 여러 직장을 거치며 경험을 쌓자 기술에 자신감이 생겼다. 1979년 고향인 충북 청원에서 낡은 기와 공장을 개조해 창업에 나섰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고무 자석 원료를 만드는 중에 수해로 전기가 끊겼어요. 할 수 없이 연탄불에 재료를 녹이면서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컬러TV 시대가 갓 열린 1981년 김 대표는 자화전자를 세우고 브라운관의 컬러 영상을 재현하는 자석 부품(PCM)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공장에서 연구로 밤을 새운 끝에 마침내 첫 개발에 성공했다. 국산제품은 그의 것이 유일했다.

그러나 대기업에 납품을 신청하자 승인을 얻는데 2, 3년씩 걸렸다. 당연히 회사도 가정생활도 궁핍해졌다.

“돈은 없는데 빚쟁이는 한 달이 멀다 하고 찾아오고 주위에선 ‘납품도 못하는 업체’라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어요. 자칫 사기꾼으로 몰릴 위기였죠.”

아내가 결혼반지를 팔아 공장 기름 값을 대고 옆집에 쌀을 꾸러 다니기까지 했다. 김 대표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지만 결국 ‘남보다 뛰어난 기술을 개발하는 수밖에 없다’고 이를 악물었다.

그러던 중 숨통이 트였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마침내 납품 승인이 난 것.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고, 이익은 매년 쑥쑥 늘었다.

그는 국내에서 생산하지 못하던 ‘PTC 서미스터’ 개발에 나섰다. 특정 온도에 이르면 급격히 저항이 증가하는 소자로 전기밥솥, 화재경보기, 자동차 등에 널리 응용되는 제품이다. 8년이나 걸렸지만 마침내 개발에 성공했다. 매출액의 5%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해 휴대전화 진동 모터, 자석 롤, 전동팽창밸브, 액정표시장치(LCD),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부품 등 매년 신제품을 쏟아냈다.

곧 회사는 고성장 궤도를 질주했다. 국내 굴지의 전자부품 생산업체로 우뚝 솟았다. 현재 자화전자가 생산하는 PCM은 세계시장의 56%, PTC 서미스터는 국내시장의 85%를 차지한다.

○ “성공비결은 불황 때도 연구개발 투자한 것”

김 대표는 국내 전시장이나 일본 현장을 직접 뛰어가 일본 제품을 ‘어깨 너머’로 유심히 관찰한 후 끈질기게 국산화에 매달려 왔다. 이제는 중국과 말레이시아에 현지 공장을 둔 종업원 3000명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그가 말하는 성공 비결은 단순하다.

“저는 경영자라기보다 100% 엔지니어라고 생각해요. 불황일 때도 연구개발에 투자한 게 비결이었어요.”

이상엽 동아사이언스 기자 narciso@donga.com

■김상면 대표는

1946년 충북 청원군에서 태어났다. 1973년 한양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 자화전자를 창업했다. 1995년 중국 톈진 공장, 1997년 말레이시아 세나왕 공장을 세워 해외로 진출했다. 1985년 철탑산업훈장, 1998년 동탑산업훈장, 2000년 5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자화전자는 2002년 국가지정연구실(NRL), 2003년 우수제조기술연구센터로 지정됐다.

■청소년에게 한마디

어느 분야든 한국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돼라. 역경을 만나도 좌절하지 말고 스스로 공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누구도 당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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