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화제! 이사람]진주 동명고 18년만의우승 하종화감독

  • 입력 2005년 8월 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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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과 믿음으로 똘똘 뭉쳐 우승을 이끌어낸 ‘순둥이 덕장’ 하종화 감독. “한때 ‘너무 순해 빠져서 선수들을 장악하지 못한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그럴수록 묵묵히 내 스타일대로 밀고 나갔다”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선수들과 믿음으로 똘똘 뭉쳐 우승을 이끌어낸 ‘순둥이 덕장’ 하종화 감독. “한때 ‘너무 순해 빠져서 선수들을 장악하지 못한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그럴수록 묵묵히 내 스타일대로 밀고 나갔다”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그는 순해 빠졌다. 나이 서른여섯. 딸 셋에 아들 하나. 우직하고 내성적인 경상도 사나이. 계약직 직원. 연봉 3000만 원. 그래도 그는 행복하다. 왜? 어머니 품 같은 고향 경남 진주시에서 가장 좋아하는 배구공과 마음껏 뒹굴 수 있으니까. 왜? 모교 후배들의 배구 실력이 하루하루 쑥쑥 커 가니까.

하종화 진주 동명고 감독. 그는 지난달 26일 한마디로 ‘구름 위’를 걸었다. 그가 이끌고 있는 동명고가 회장배 대회에서 경북대사대부고를 3-0으로 누르고 정상에 오른 것. 하 감독이 재학 시절이었던 1987년 윤종일(현재 현대자동차 직원)과 함께 전국대회 2관왕을 차지한 이래 18년 만의 전국대회 우승이어서 그 감격은 더했다. 4일 때마침 서울에 올라온 하 감독을 만났다.

“아이들이 나를 믿고 따라와 줘서 고마울 뿐입니다. 내가 한 건 별로 없습니다. 선수 부모님들께 ‘나를 믿고 맡겨 달라’고 했는데 그 약속을 조금이나마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지요.”

하 감독은 2003년 1월 현대배구단 플레잉코치를 그만두고 모교에 부임했다. 동명고는 1988년 하 감독이 졸업하자마자 해체됐다가 2000년 재창단한 뒤 ‘배구명문 재건’의 중책을 하 감독에게 맡긴 것.

“내려가 보니 선수들이 대부분 배구를 늦게 시작해서 기본기가 부족했습니다. 또한 경험이 부족해 한순간에 무너져 버리고…. 기본기 연습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기본기가 잘 돼 있는 선수는 언젠가 꽃이 핀다. 현역 선수들 중 신진식 석진욱(이상 삼성화재) 장영기(현대캐피탈)가 하 감독이 꼽는 그 모범 사례. 이들은 ‘몸의 시계가 코트에 딱 맞춰져’ 있어 키는 크지 않지만 팀의 보배 같은 존재다.

“물론 배구의 재미는 뭐니 뭐니 해도 스파이크할 때의 짜릿한 손맛과 가슴이 뻥 뚫리는 통쾌함입니다. 국가대표 시절 신영철(현 LG화재 감독) 선배가 ‘볼을 제 입에 딱 맞게 만들어서’ 올려 줬던 게 기억에 새롭습니다.”

그는 같은 계열인 동명중학교 감독도 겸하고 있다. 그만큼 바쁘다. 요즘엔 올 졸업 예정 선수들(6명)의 대학 진학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의 좌우명은 ‘일단 부딪쳐 보자’는 것. 해보지도 않고 주저앉는 사람이 가장 싫다. 즐겨 부르는 노래는 나훈아의 ‘찻집의 고독’과 정태춘의 ‘촛불’.

가장 힘든 것은 스카우트하는 것. “손목 발목이 사슴처럼 가늘어야 민첩성 점프력 순발력이 뛰어나지요. ‘눈에 번쩍 띄는’ 선수가 애를 태울 땐 정말 가슴이 탑니다.”

담배 하루 3∼5개비. 주량은 소주 2병. 키 195cm. 배가 약간 나온 몸 0.102 t. 현역 때 그의 별명은 ‘코트의 신사’. 하지만 그 옛날 화려했던 스타로서의 자존심 같은 것은 이미 내버린 지 오래다.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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