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데이트]美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악장 데이비드 김

  • 입력 2005년 6월 3일 03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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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년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의 명문 교향악단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9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6, 7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음악감독 크리스토프 에센바흐의 지휘로 펼쳐지는 이번 무대는 특히 재미교포 2세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김(42)이 악장(樂長)으로 참여한다. 한국계 음악가로 세계 정상급 악단에서는 유일하게 1999년부터 이 오케스트라 악장을 맡아온 그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반갑습니다. 미국의 정상급 악단 중에서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전 상임지휘자 유진 오먼디(1938∼1980년 재임)가 40년 넘게 닦아놓은, 금실처럼 휘황한 현의 사운드가 특징으로 꼽힙니다. 현 파트를 총지휘하는 입장에서 오먼디 이후에도 이 전통은 유지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오먼디 이후 리카르도 무티, 볼프강 자발리시를 거쳐 2003년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음악감독으로 취임했지만 찬란한 ‘필라델피아 사운드’의 전통은 여전히 지켜지고 있습니다. 관악까지를 포함해서 이 악단의 음향은 한마디로 두텁습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고 할까요.”

그는 ‘악단들의 개성이 사라져가고 있지만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소리는 처음 듣는 사람도 누구나 구분할 수 있을 만큼 개성적’이라고 덧붙였다.


―줄리아드음악원 석사 출신으로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하는 등 ‘잘 나가는’ 솔리스트였는데, 어떻게 관현악단에 참여하게 되셨는지요.

“관현악 활동에 대한 열망은 원래 컸어요. 단 솔리스트로 대성하고픈 욕심 때문에 주저하고 있었죠. 8년 전이었던가, 바라던 대로 기량이 늘지 않아 고민하던 차에 아내와 영화 ‘제리 맥과이어’를 보러 갔습니다. 무명인 운동선수 매니저를 그린 작품이었는데, 영화를 보다가 제 마음속에서 현(絃) 하나가 탁 끊어졌어요. 집착을 버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자…. 그것이 계기였습니다.”

―악장의 역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악장 선발 기준으로 악단의 전통에 친숙하다는 점 등도 고려됩니까.

“악장은 현의 보윙(활 쓰는 방법) 등 기술적인 면을 결정하고, 지휘자에 대해 악단원을 대표하죠. 지휘자가 연습 중 악단의 의견을 듣고자 할 때도 악장에게 묻습니다. 악장 선발 때 해당 악단과의 협연 경력 같은 전력은 참고하지 않습니다. 오직 오디션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연주 기량만을 평가해 선발하죠.”

그는 7일 연주에서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의 솔리스트로도 나서 ‘1인 2역’을 맡는다. 말러 교향곡 1번도 이날 연주된다. 이에 앞서 6일에는 바르토크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과 중국인 피아니스트 랑랑(郞朗)이 협연하는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이 연주된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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