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김성호]‘솜방망이 처벌’ 부패 키운다

입력 2005-01-13 18:12수정 2009-10-0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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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부패방지위원회 사무처장
부패는 기본적으로 부패로 인하여 얻는 수익이 그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손실 또는 비용보다 클 때에 나타난다.

만일 부패가 전혀 적발되지 않거나 적발되어도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다면 부패의 비용을 낮은 것으로 계산하게 함으로써 부패를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

부패 청산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형사재판의 양형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아무리 법률이 훌륭하고 사정기관이 부패사범 적발에 열심이라 할지라도 사법부의 재판이 따라 주지 못한다면 부패 척결의 실효를 거둘 수 없다.

또 법관의 실형선고를 유도하기 위하여 특가법을 제정하였으나 법정형이 너무 과중하다 보니 재판부가 무리하게 무죄나 집행유예 판결을 하는 측면도 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뇌물죄의 법정형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양형기준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재 진행 중인 사법개혁추진사업에 ‘권고적 양형기준제도’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양형의 공정성 균형성을 담보하는 혁신적인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둘째, 사면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부패범죄자를 사면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사면권 행사시 중립적인 사면심사위를 구성해 의견을 구하는 등 사면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경우 2002년 성탄절에 경범자 7명을 특별사면해 주었을 뿐 2100여 건의 사면 신청을 모조리 거부하였다고 한다.

셋째, 추징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추징은 뇌물을 몰수할 수 없을 때 뇌물액과 같은 금액을 납부하도록 하는 사법처분이지만 추징금액의 3% 정도밖에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추징금 미납시에도 환형유치(벌금을 못 낼 경우 징역형을 사는 것)하거나 추징금을 벌금형으로 전환하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

끝으로, 부패 행위를 저지른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그 공직자가 직무를 계속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할 경우 이들의 직무수행을 정지하게 하거나, 아예 국민이 스스로 부패공직자를 공직사회에서 추방시키는 국민소환제, 주민소환제 등의 시행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부패는 국가만큼이나 그 역사의 뿌리가 깊지만, 오늘날에 와서도 권한과 재량이 존재하는 모든 영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사정기관은 물론 언론·교육기관, 종교·시민단체, 나아가 국민 모두가 부패를 공적(公敵)으로 삼고 전 부문에 걸쳐 소리 없이 그러나 끝까지 ‘올코트 프레싱(all-court pressing)’ 작전으로 부패와의 전쟁을 벌여야 할 것이다.

김성호 부패방지위원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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