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손우현]외국에서 공연때 현지취향 고려를

  • 입력 2004년 12월 29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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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우현
12월 23일자 여론마당에 소개된 파트릭 모뤼스 씨의 칼럼 ‘한국문화, 판소리뿐입니까?’를 관심 있게 읽었다. 한국의 문화외교를 돌아보게 하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약간의 오해가 있는 듯하다. 모뤼스 씨는 2002년 한국이 거액을 들여 프랑스에서 개최한 행사가 일회성에 그쳤을 뿐 후속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나는 당시 주 프랑스 공사 겸 문화원장이었다. 정식 명칭이 ‘파리 가을축제’인 이 행사는 두 달간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9개 도시에서 한국의 전통무용 현대음악 시 영화 등을 소개해 많은 프랑스인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프로그램 선정을 한국 측이 아닌 프랑스의 베테랑 예술감독들에게 일임했기에 현지의 관심이 더 컸다고 본다.

모뤼스 씨는 “판소리 공연만 계속하면 한국의 이미지는 과거 모습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오히려 록이나 재즈 공연이 한국의 역동적인 모습을 알리는 데 적합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는 파리 문화계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주장으로 생각된다. 파리는 세계 각국의 문화 선전 각축장이다. 독창적인 문화가 아니면 프랑스인들은 식상해한다. 2002년 파리 축제에선 한국 최고의 명창들이 판소리 다섯 마당 완창을 선보였는데 의외의 성과를 올렸다. 이런 장르의 예술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 문화 다양성을 중시하는 프랑스 관객들을 매료시켰다고 본다. 판소리 다섯 마당은 이듬해 영국의 에든버러 페스티벌 및 미국 뉴욕의 링컨센터에서도 소개됐다.

한국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데에 ‘받아들이는 사람의 취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모뤼스 씨의 지적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현지 문화기관과의 공동기획 아래 그곳 전문가들로 하여금 소개할 내용과 예술가들을 선정케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손우현 서울평화상문화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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