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못다한 이야기]⑨ 마라톤 이봉주

입력 2004-09-15 17:59수정 2009-10-0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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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아테네올림픽에서 14위에 그친 이봉주. 모든 사람이 다 안타까워 했지만 정작 가장 속이 탄 사람은 다름아닌 이봉주 자신이다. 그런 그가 유종의 미를 다짐하며 다시 운동화 끈을 졸라맸다. 화성=양종구기자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었는데…. 너무 아쉬웠죠. 그래서 더 뛰어야 겠어요. 내년엔 한국 최고기록을 깨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메달을 딸 생각이에요.”

‘봉달이’ 이봉주(34·삼성전자)는 지치지도 않는가. 지난달 30일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 마라톤(14위·2시간15분33초)이 끝난 지 2주 만에 다시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14일부터 경기 화성시의 삼성전자육상단 훈련장에서 다시 트랙을 달리고 있다.

“아테네에선 왠지 모르게 느낌이 안 좋았어요. 체계적으로 훈련도 잘했는데 막상 뛰기 전에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국민에게 죄송할 따름입니다.”

이봉주는 ‘국민마라토너’란 타이틀 때문에 심적 부담이 컸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기대와 격려 때문에 아무리 훈련을 해도 만족스럽지 않게 느껴졌다는 것.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강훈련을 소화 못한 것도 아닌데 잘 안 풀렸어요.” 풀코스 33번 도전에 32회 완주한 세계 최고의 ‘베테랑’인 그도 이해할 수 없는 게 바로 이 대목이었다. 은퇴할 때가 되어서일까?

“솔직히 전성기 때보다야 못하죠. 하지만 말짱해요. 풀코스를 뛸 때마다 아직도 해볼 만하다고 느낀다면 계속 뛰어도 되는 것 아닌가요?”

은퇴할 생각이 없다는 얘기. 물론 “이제 그만 뛰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희망을 잃지 말고 끝까지 달려라”고 말하는 팬이 더 많단다. 아테네 올림픽이 끝난 뒤 격려 e메일이 수없이 왔다고.

대회에 출전하려면 준비기간만도 약 3개월. 40∼50일 전부턴 하루 30∼40km씩 달려야 하니 한 대회를 뛰기 위해 달리는 거리는 2000km 가까이 된다. 지금까지 풀코스를 33번 도전했으니 지구 한 바퀴 반에 해당하는 6만5000여km를 달린 셈. 자동차로 치면 폐차시기가 지나도 한참 지났다. 그런데도 더 달리고 싶을까.

“목표 의식이 절 이 자리까지 오게 했어요. 제가 세웠던 한국 최고기록(2시간7분20초)을 깨고 싶고 내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도 따고 싶어요. 그 목표가 있기 때문에 아직 달리는 겁니다.”

이봉주는 아테네 올림픽 남자마라톤이 끝난 다음날 새벽 1시간을 뛰었다. 2주간의 휴가 때도 달리기를 거른 적이 없다. 잘 먹고, 잘 쉬고, 훈련 잘하는 것이 롱런의 비밀이란다.

“단순한 것이지만 지키기는 힘들죠.”

이봉주는 내년 초 다시 풀코스에 도전한다.

화성=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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