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음악 그 곳]<10>부에노스아이레스의 탱고

  • 입력 2004년 5월 26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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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의 고향 ‘라 보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거리 탱고. 이곳은 유럽 이민자가 첫발을 대딛던 브에노스아이레스 강 어귀의 옛항구 지역이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탱고의 고향 ‘라 보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거리 탱고. 이곳은 유럽 이민자가 첫발을 대딛던 브에노스아이레스 강 어귀의 옛항구 지역이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탱고는 한물간 음악이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다시 세계인의 음악으로 부활하고 있다. 20세기 전반 세계 5대 강국의 하나로 꼽히던 아르헨티나. 탱고처럼 한물간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그들도 부활할 수 있을 것이다.

훌륭한 역사적 전통을 가진 중남미의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이민자의 나라인 아르헨티나는 역사도 짧고 문화유산도 별로 없다. 그들은 미국을 벤치마킹하여 강대국을 꿈꾸던 대국으로 자존심이 유달리 강한 사람들이다.

탱고에서 남성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기울어져가는 아르헨티나의 모습을, 무너져버린 가부장적 남성상을 느끼게 한다. 이 나라는 사회 통합에 실패하고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의존하는 정치와 경제의 파탄으로 커다란 상처를 입고 말았다. 화려한 부에노스아이레스와 변두리 빈민가를 보면 마치 낙백한 부잣집 도령의 닳아빠진 턱시도 차림 같은 부조화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아르헨티나의 팜파(초원)지역으로 가면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상상도 안 되는 규모의 대평원이 있다. 이 넓은 땅에 사람이 없으니 당연히 이민에 의존할 수밖에. 그래서 이태리 계를 중심으로 유럽의 이민이 밀려들었다.

19세기 후반 이 나라에 이민 온 유럽인들은 도시의 하층민으로 전락하여 고달픈 삶을 이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시기가 탱고의 발생기인데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강어귀에 있는 보카 지역이 그 연원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니까 탱고는 아르헨티나의 음악이라기보다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음악, 즉 철저한 도시서민의 음악이다.

탱고에는 두 가지 모습이 있다. 다른 춤과는 달리 남녀의 신체적 접촉이 없는 것 같지만 교묘하게 성적인 특성을 갖고 있고 또 하나는 가부장적인 모습이다. 탱고악단은 흐느끼듯이 우수의 선율을 토해내는 반도네온(독일에서 건너온 소형 아코디언)과 바이올린 각 한 쌍, 피아노, 베이스 등으로 구성된다.

20세기 아르헨티나를 대표할 만한 사람을 꼽는다면 에비타(에바 페론), 마라도나와 함께 초기 탱고의 영웅 카를로스 가르델(1890-1935)을 들 수 있다. 그가 가수활동을 시작한 1913년을 '탱고의 해'라고 할 정도다.

세계대전이 끝나고 아르헨티나의 탱고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듯하다가 1970년대 부활하게 된다. 클래식과 재즈 등 다양한 음악을 접목시켜 독특한 음악장르로 발전시킨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새로운 탱고 운동 덕분이다. 요즈음 세계 각국의 클래식 콘서트에 자주 연주되는 곡은 대부분 피아졸라의 작품이다. 거리의 소수하층민의 음악에서 클래식 음악으로 승화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탱고의 본질은 보카지구의 뿌리에서 찾아야 한다. 어려운 경제적 여건에서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주말은 탱고의 리듬으로 채워진다. 거리에는 거리의 악사가 거리의 무도장에서 누구나 어울려 탱고를 즐긴다. 탱고는 그들의 생활이며 인생이다.

● 여행정보

‘남미의 파리’라 불리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진면목을 보자면 주말에 찾기를 권한다. 보카지구는 시내중심에서 64번 시내버스로 20분 거리다. 새 항구가 만들어지기 전 유럽이민자들이 첫발을 내딛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유일한 항구로 아르헨티나 사람의 애환이 녹아 있는 곳이다. 카미니토 거리에 가면 탱고역사를 전시한 미술관과 박물관이 있고 거리공연도 펼쳐진다.

탱고 카페도 많은 데 지나치게 관광지 화된 곳 보다는 그렇지 않은 곳을 찾는 것이 좋다. 계속된 경기침체로 수많은 폐업한 곳도 많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거리와 탱고거리에서 느끼는 정서는 탱고악기인 반도네온의 색깔과 비슷하다. 뭔지 어둡고 우수어린, 그리고 끈끈한 느낌. 탱고는 두 사람이 추지만 게서 느끼는 것은 오히려 개인의 짙은 외로움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가면 그네들의 생활리듬에 맞춰 새벽까지 춤추고 세계에서 가장 넓다는 7월9일대로 (1914년 독립을 기념해 위해 만든 도로)로 나가 비잔틴과 로코코 양식의 멋진 건물이 늘어서 있는 젊은, 그러면서도 지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만나보자.

● 탱고 음반

탱고의 탄생에 큰 영향을 준 가락은 ‘밀롱가’(milonga: 유럽음악에 쿠바 리듬에 섞인 음악)였다. 따라서 탱고에는 유럽과 남아메리카, 아프리카의 문화가 녹아있다. ‘라 콤파르시타’는 국내에서도 크게 히트한 곡인데 탱고라는 음악이 선율적이고 낭만과 비애 거기다가 정열을 테마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대표 가수는 카를로스 가르델로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카롤로스 가르델’ 거리도 있고 그의 묘지에는 아직도 조화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가르델의 ‘내가 사랑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나 탱고의 부활을 이룬 A. 피아졸라의 ‘아디오스 노니노’는 밤하늘의 별같이 많은 탱고 명곡 중에서도 대표곡이다.

◇추천 음반 △‘The best of Carlos Gardel’( EMI·1997) △‘Astor Piazzolla, The Soul of Tango, greatest hits’(BMG·2000)

강선대 명지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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