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클럽이 움직인다]<6>뮤지컬배우 최정원 팬클럽

  • 입력 2004년 3월 17일 19시 25분


코멘트
16일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연 중인 산울림소극장 앞에서 최정원씨(오른쪽에서 세번째)와 팬클럽 회원들이 만났다.   -전승훈기자
16일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연 중인 산울림소극장 앞에서 최정원씨(오른쪽에서 세번째)와 팬클럽 회원들이 만났다. -전승훈기자
“대극장에서 하는 뮤지컬에서는 맨 앞자리에 앉아도 얼굴 표정이 보일까말까 하잖아요. 소극장에서는 언니의 표정과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어 너무 좋아요.”(천채용·24·대학생)

‘언니’란 데뷔 17년만에 처음으로 소극장 연극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 출연중인 뮤지컬 배우 최정원씨를 가리키는 말. 뮤지컬 배우가 모노드라마에 출연한다는 것은 일생일대의 모험이지만, 최씨와 그의 팬클럽 회원들은 “요즘 정말 행복하다”고 입을 모은다.

‘딸에게…’가 공연중인 산울림소극장은 평소 중년의 주부들이 객석을 가득 메웠지만 요즘엔 젊은 관객들이 눈에 많이 띤다. 화이트데이였던 14일에는 데이트를 즐기는 선남선녀들이 보조석까지 빼곡히 채웠다. 대부분 최씨의 오랜 팬들이다. 1999년 인터넷 ‘다음 카페’에서 발족한 팬클럽 ‘사랑은 비를 타고’는 현재 약 2000여명의 회원을 갖고 있다. 팬클럽 이름은 최씨가 95년 출연한 뮤지컬 제목에서 따왔다. 온라인 팬클럽 출범 이전부터 그를 좋아해온 골수팬들이 많다. 팬클럽 운영자 이희정씨(30·주부)는 “94년 뮤지컬 ‘그리스’를 보고 최씨의 팬이 됐다”며 “아이를 낳을 때도 정원 언니가 만든 태교음악을 들으며 태교를 했다”고 자랑했다.

최씨가 아이를 낳은 뒤 처음 출연한 뮤지컬 ‘렌트’ 공연 때에는 많은 회원들이 20번 이상씩 공연을 봤다. 뮤지컬 배우가 꿈이라는 유진선씨(26)는 “지방 4개 도시 공연을 쫓아다닐 때는 아예 밤을 새운 뒤 출근하기도 했다”며 공연이 있을 때면 스태프와 함께 먹을 있도록 회원들이 도시락을 챙겨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까무잡잡한 피부 때문에 ‘흑진주’라는 별명을 가진 최씨의 팬클럽엔 여성이 80∼90%를 차지한다. 무대에서 역동적이고 자유롭게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그의 이미지가 여성들에게 선망의 대상이기 때문. 팬클럽 정기모임 때는 홍대 앞 카페에 모여 회원들이 최씨가 출연한 뮤지컬을 패러디해 공연하거나, 최씨의 공연장면이 담긴 영상물을 함께 보면서 즐기기도 한다.

최정원씨는 “언젠가는 팬클럽 회원들이 이유식까지 싸다줘 감격했다”며 “내가 무엇을 하든 믿어주는 팬들이 있어 모노드라마라는 새로운 연기 영역도 개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