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클럽이 움직인다]<5>강충모 팬클럽 ‘카페 피아노’

  • 입력 2004년 3월 10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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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클럽과 가족들이 없었으면 어떻게 버텼을지 모르겠습니다.”

피아니스트 강충모씨(44·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지난해 12월 ‘바흐 건반음악 전곡 연주회’의 5년 대장정을 마감하면서 이렇게 주변에 공(功)을 돌렸다. 그가 언급한 ‘팬클럽’이란 1999년 정식으로 시작된 온라인 모임 ‘카페 피아노’를 가리킨다.

‘카페 피아노’의 출발은 처음 강 교수가 자신의 학생들과 의사소통하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 클럽에 공간을 마련한 것이 발단이 됐다. 그의 팬들이 검색 사이트에서 ‘강충모’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다 찾은 이 사이트에 인사나 질문을 남기게 된 것. 이곳에서 만난 팬들이 99년 김은주씨(38·학원운영)의 주도로 공식 팬클럽 ‘카페 피아노’를 만들었다. 회원들은 피아노 전공자를 비롯해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발족 후 5년 동안 ‘카페 피아노’의 주된 활동은 강 교수의 바흐 연주회 참석과 ‘응원’. 회원이 1000명에 이른 지난해 한 회원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선생님의 ‘고행’에 동참하는 뜻에서, 우리도 한번 바흐 음악으로 연주회를 열면 어떨까요.”

강 교수는 “처음엔 말리고 싶었다”며 웃었다.

“잘 될까 걱정스러웠어요. 잘 할 수 있느냐고 물어볼 수도 없고… 그런데 가만히 보니 홀을 빌려 음향평가도 하고 연습일지도 작성하는 등 저보다 더 열심이더라고요. 출연자들이 제 방에 모여 연주곡을 치는 것을 듣고 말했습니다. ‘됐어요. 그대로 하세요.’” 연주회는 지난해 6월 한국예술종합학교 내 크누아홀에서 열려 성황을 이뤘다.

지난해 말에는 강 교수의 사인이 들어간 머그잔 200개를 제작해 연주회장에서 판매했다. 이때 모은 수익금 200만원은 강 교수가 돕고 있는 한 보육원에 전달된다.

“선생님의 신조는 ‘클래식의 대중화가 아닌 대중의 클래식화’예요. 레퍼토리 수준을 낮춰 클래식 팬을 확보할 것이 아니라 클래식에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만들자는 거죠. 우리는 이런 팬클럽의 활성화가 ‘대중의 클래식화’로 가는 가장 멋진 길 중 하나라고 믿고 있습니다.” 회장 정혜연씨(21·대학생)의 설명이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피아니스트 강충모교수(왼쪽에서 네번째)와 팬클럽 ‘카페 피아노’ 임원진이 한자리에 모였다.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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