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생각에는…]즐거운 재롱잔칫날 어른들의 자리다툼

입력 2004-02-15 17:39수정 2009-10-10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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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밤만 자면 재롱잔치야?”

올해 여섯 살이 되면서 날짜 개념이 생긴 우리 집 막내가 지난 주 내내 이렇게 묻더니 드디어 어린이집 재롱잔치가 지난 주말 열렸다.

대부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는 연말에서 이듬해 2월 사이에 아이들의 재롱잔치를 한다. 아이가 자라서 처음으로 뭔가 배워 무대에서 보여준다는 것, 그것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가질 수 있는 큰 기쁨이기에 유치원, 어린이집에서는 연례행사로 재롱잔치를 하는 것이다.

어린이집에서 제일 윗반인 우리 집 막내에게 재롱잔치는 벌써 두 번째다. 무용연습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스러운데, 정작 막내는 ‘무대체질’인지, 한번 서본 무대 맛을 못 잊어서인지 재롱잔치를 기다렸다.

드디어 재롱잔치가 열린 날, 막내는 머리에 무스를 바르고 오동통한 다리에 하얀 스타킹을 신었다. 재롱잔치가 열리는 아담한 규모의 동사무소 문화센터에는 엄마와 아빠, 어떤 가족은 할머니 이모 숙모 사촌들까지, 인기가수의 오빠부대, 언니부대가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아이들에게 줄 작은 꽃다발을 준비한 가족도 많았지만 이런 날 필수품은 단연 카메라다. 어린이집에서 사진도 찍고 비디오도 촬영하지만, 카메라 안 들고 오는 부모는 없다.

공연을 준비하는 선생님들에게 아이를 보내고 객석에 들어서는 아이 가족들은 무대에 좀더 가까이 앉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지난해 경험이 있어 우리 가족은 변두리 자리에 앉았다. 자신의 아이가 나오면 너무나 기쁜 마음에 뒷사람 생각 않고 벌떡 일어서거나, 카메라 들이대며 무대를 향해 돌진하는 아빠 엄마들이 종종 있기 때문에 아예 옆으로 피한 것이다.

사실 재롱잔치도 ‘명암’이 있다. 어느 곳에서는 너무 오래 연습을 시켜서, 어느 곳은 참가비가 너무 비싸서 등등의 이유로 부모들의 불만을 사기도 하고, 부모들 역시 재롱잔칫날 다른 아이들은 무시하고 자기 아이만 좇는 이기적인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날 공연 전 어린이집 원장선생님이 몇 번씩 당부했다. 자기 아이가 나오지 않아도 박수 많이 칠 것, 자기 아이 순서가 먼저 끝나도 공연 마칠 때까지 자리를 지킬 것.

공연이 시작돼 가장 어린 만 3세반 아이들부터 무대에 섰는데, 울음부터 터뜨리는 녀석, 어리둥절한 녀석, 춤인지 체조인지 뭔가를 보여주려는 녀석들의 재롱으로 객석은 박수와 웃음으로 가득했다. 좀더 나이 많은 아이들도 잘하면 잘한 대로 예쁘고, 못해도 못한 대로 귀여웠다.

선생님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먼저 가버린 몇몇 사람들의 빈 자리가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이렇게 귀여운 아이들과 내 아이가 함께 한자리에 모여 피우는 재롱을 볼 수 있는 기쁨에 비하랴. 예전에 할머니께서 꽃 중에 인(人)꽃이 최고라고 하신 뜻을 알 듯 한 건 나이를 먹어간다는 의미일 게다.

박경아 서울 강동구 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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