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의 테마여행]神도 쉬어가는 '발리'

입력 2003-09-25 16:56수정 2009-10-1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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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의 섬 발리의 대표적인 리조트인 더 리츠칼튼발리의 수영장풍경. 바다와 맞닿은 이 곳은 언제나 신비로운 느낌을 선사한다. 사진제공 캠프스튜디오
종교와 예술의 특별한 모자이크-발리에서의 휴식

몇 년 전 유럽에서 캐런 킹스턴의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원제 Clear Your Clutter with FENG SHUI)’이란 책이 큰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주변의 잡동사니들을 정리해서 더욱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야 행운이 온다는 내용으로 인테리어에 동양적 신비주의를 도입한 것이었다. 어디서 그런 발상을 얻었을까 하고 궁금해 하던 독자들은 저자가 일 년 중 절반을 인도네시아의 발리에서 지낸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신들의 섬’이라 불리는 발리. 수많은 신들과 조화로운 삶을 산다는 이 섬에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인간의 지혜가 곳곳에 스며 있다. 인간의 배려에 답하듯이, 자연은 부드러운 손길을 내밀어 인간의 지친 심신을 어루만지며 달래준다. 신들과 공존하면서도 인간을 가장 편안하게 해주는 섬, 발리의 매력을 알아본다.

●2만여 사원에 3333개 神

발리는 자바섬의 동쪽 해안에서 1.6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자바섬은 이슬람 문화권인 반면 발리는 힌두교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발리에 힌두교가 들어온 것은 7세기경, 종교로서 정착된 것은 11세기 초로 추정된다. 발리는 그후 소순다 열도에서 유일한 힌두교 거점이 되어 왔다. 때문에 다른 지역에선 이미 사라진 통과의례들이 이곳에서는 아직도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힌두교 문화를 지켜온 그 힘은 발리인들의 종교적인 심성에서 나온 것이다. 마치 신을 위해 태어난 사람들처럼 하루하루 신에게 공양하고 온 생애를 신과의 교감 속에서 살아간다. 또 죽어서는 극락으로 돌아가 환생을 기다린다고 믿는다. 발리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통과의례들은 관광객들 눈에는 그저 신비롭게만 보이지만 그들에겐 하나의 삶이고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절차다.

발리에서는 하늘에 걸린 건물이 없다. ‘신들이 밟고 다니시는 길’에 있는 야자나무보다 건물이 더 높으면 신들이 걸려 넘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4층 이상의 건물을 지을 수 없게 돼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를 어긴 건물이 하나 있는데, 일본이 전쟁에 대한 사죄의 뜻으로 그들에게 지어준 10층짜리 호텔이다. 하지만 전에 그 호텔에 큰 화재가 있었다고 하니, 발리인들의 걱정대로 신의 노여움을 샀던 것일까.여행칼럼니스트 nolja@worldpr.co.kr

발리에는 1년365일 축제가 끊이지 않는다. 신을 경배하는 그들은 춤과 노래가 그대로 하나의 종교 의식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덴파사르에서 열린 발리예술축제의 한장면.동아일보 자료사

발리에는 한 마을에 세 개씩, 섬 전체에는 2만개의 사원이 있다. 전부 3333개나 되는 신들을 다 모시려면 그 정도의 사원은 있어야 한다. 집집마다 제단이 있는데 얼마나 제단이 화려한가가 부(富)를 나타내는 척도다.

또 하루에 세 번씩 제사를 지내는데 그때마다 사원으로 달려갈 수는 없으니까 ‘짜낙’이라고 하는 이동식 제단을 가지고 다닌다. 야자 잎으로 만든 바구니 모양의 짜낙 위에 꽃과 향, 돈을 놓고 제사를 지낸다. 발리에서는 종교를 빼놓고는 어떤 이야기도 진행되지 않는다.

발리인들은 그들의 섬이 천국이라고 믿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종교를 가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입국 카드에 종교를 묻는 항목이 있었는데 여기에 답하지 않거나 종교가 없다고 쓰면 입국이 허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게으른 여행자들의 천국

요즘엔 ‘웰빙(Well-being·잘 먹고 잘 살기)’이 화두다. 여행도 과거 목적지 중심에서 숙박지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도시, 유적, 역사 등을 둘러보는 것 보다 여유롭게 쉬고 편안히 즐길 수 있는 곳들이 인기다. 그렇다면 발리보다 더 근사한 해답은 없다.

발리의 최대의 장점은 지친 심신을 달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멋진 리조트다. 발리식 리조트에 침잠하는 즐거움은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호사다. 현재 발리에서 운영되고 있는 세계적인 리조트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어떤 이들은 한 달간을 머물러도 다 다녀볼 수는 없을 거라고 장담한다. 각각의 리조트들이 모두 독특하게 꾸며져 있어 담장 안으로 들어가면 놀랍도록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발리엔 두 가지 스타일의 리조트가 공존한다. 하나는 바다를 끼고 있는 리조트로 대부분 누사두아지역에 몰려있다. 다른 하나는 내륙의 우붓지역에 위치한 밀림 리조트들이다. 해안 쪽의 대표적인 리조트는 리츠 칼튼 발리 리조트, 레기안, 오베로이 리조트, 포시즌 리조트, 쉐라톤 라구나 누사두아 등이다. 밀림 쪽에는 체디 리조트, 베가완 기리 등이 있다.

어느 리조트든 가장 편안히 휴식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꾸며져 있다. 객실에 그 흔한 TV조차 없는 리조트도 많다. 반면 완벽한 청음을 위해 세계 최고수준의 오디오시스템을 갖춰놓기도 한다. 모두 번잡한 일상과 소음으로부터 벗어난 완벽한 휴가임을 깨닫게 해준다.

리조트에서의 일상에 무료함을 느꼈다면 섬 일주 관광에 도전해 봐도 좋다. 대표적인 해변인 쿠따 비치에 들어서면 열정적인 호객행위가 줄을 잇는다. 발맛사지, 타투, 레게머리 등을 해주겠다며 소박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그들을 향해 여행자들은 단호하게 거절하는 방법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또 다른 명소는 우붓이다. 구릉을 가득 메운 계단식 논에 벼이삭이 풍성하게 익어가는 평범한 마을, 우붓은 발리를 대표하는 예술촌이다. 예술적 기운이 충만한 이곳에서 그 유명한 ‘발리니즈 스타일’, 또는 ‘발리니즈 아트’가 탄생되었다.

3대에 걸쳐 그림을 그려왔다는 아궁 아놈 갤러리에선 토속적인 느낌의 발리니즈 회화를, 미치 공예 스튜디오에서는 발리 전통 양식과 현대적인 감각을 적절히 조화시킨 가구를 감상할 수 있다. 발리 토산품을 판매하는 아키펠로에서는 신을 주제로 만든 목각, 석상 등이 볼만하다. 신과 예술의 모자이크, 열정적인 발리니즈의 삶을 그대로 표현한 옷가게와 갤러리, 공예품점이 즐비한 우붓의 거리엔 늘 외국인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다양한 기법으로 행해지는 발리식 마사지의 한장면(사진위). 열대의 꽃잎을 응용한 발마사지. 사진제공 캠프스튜디오

▼"와! 스파 천국"▼

발리 마사지는 타이 마사지와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마사지로 꼽힌다. 발리에 있는 최고급 스파에서는 열대 과일과 천연성분들로 만든 마사지 오일을 사용하여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정신적 평화까지 되찾아주는 발리 마사지를 즐길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만다라 스파. 이곳은 발리 시내 대형 호텔이나 리조트 안에 진출해 있는데 각각의 스파는 리조트 이용 손님들의 요구와 스타일에 맞게 디자인됐다. 이 스파에서는 발리나 아시아의 전통 마사지뿐 아니라 서양의 다양한 기법도 서비스받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이완요법, 지압, 향기요법, 독소제거법 등 일반적인 마사지 치료법이나 진흙팩, 약초팩과 소금마사지, 해조류팩 등 신체 팩이 인기다. 해조류 목욕이나 약용 오일, 꽃잎을 이용한 목욕도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데는 그만이다.

만다라는 발리뿐 아니라 전 세계에 30개 이상의 스파를 소유하고 있으며 미국이나 동남아 등에 위치한 세계적인 호텔들과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만다라는 또 실버시즈 유람선단이 소유한 일부 크루즈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호화롭고 편안한 공간을 찾아 만다라가 속속 입점하고 있다.

하와이의 호놀룰루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매년 전 세계에서 25만명 이상의 손님을 맞고 있다. 발리에 있는 만다라 스파 트레이닝 과정을 졸업한 700여 명의 종업원들이 세계 각지에 파견됐다. (www.mandaraspa.co.kr)

▼잠깐! 이것만은…▼

발리에는 의식과 축제가 많고 주민들의 신앙심이 깊기 때문에 터부도 많다.

우선, 사원에 들어갈 때는 복장에 신경 써야 한다. 관광객이라 해도 짧은 바지 차림은 허용되지 않는 곳이 많다. 이때는 사원 앞에서 빌려주는 긴 사롱(직사각형 천으로 가슴이나 허리에 두르는 발리의 전통의상)을 두르면 된다. ‘신성하다’는 의미로 허리에 끈을 매는 것도 잊지 말 것. 사원에 들어갈 때는 왼쪽으로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나와야 한다.

다른 사람의 머리에 함부로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에서처럼 발리인들도 머리에 손을 대면 영혼이 빠져 나간다고 생각한다. 어린아이라 하더라도 귀엽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서는 안 된다.

발리에서는 대화 중에 허리에 손을 얹는 것은 화를 내는 것을 의미한다. 또 왼손은 부정한 손이어서 물건을 건넬 때나 악수할 때 함부로 내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물론 금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육감적이고 선정적인 발리댄스가 저녁노을 비치는 리조트의 무대를 현란하게 장식하기도 하고, 바다 주변의 리조트에선 부속 섬으로 피크닉 가는 토플리스 차림의 서양인들의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또 스파에선 연인들끼리 감각적인 향에 취해 커플 맛사지를 받기도 한다.

영혼의 규제는 신이 관할하지만 종교와 예술, 그리고 신앙이란 이름으로 벌어지는 모든 유희는 자유롭고 넉넉하다. 이런 유희들을 통해 복잡하고 찌든 일상에서 잠시 흐름을 끊고, 살아 있음에 감사할 줄 아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여행정보

1. 찾아가는길

인천에서 인도네시아 발리까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가루다 인도네시아항공이 자카르타를 경유해 발리까지 매일 항공편을 운항하고 있다. 자카르타를 거쳐 발리까지 소요시간은 7∼9시간이다. 발리에서 묵을 리조트에 사전 예약을 해두면 리조트가 제공하는 교통편을 이용해 공항에서 숙박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

2. 리조트 정보

발리 여행상품은 각 리조트 전문 여행사들의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의: 제이슨여행사(02-515-6897 / www.jasontrav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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