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19로]이세돌 승부욕 너무 강했나

  • 입력 2002년 8월 9일 19시 40분


▼제4회 농심신라면배 예선 준결승-이세돌 3단(백):김동엽 7단(흑) ▼

최근 이창호 9단과 왕위전 공방을 벌이며 ‘세대교체’의 선두주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이세돌 3단이 심상치 않다. 7월 초 KTF배 결승3번기에서 유창혁 9단에게 2대 1로 이기면서 불기 시작한 ‘이세돌 돌풍’은 이어 한중 신인왕전 우승으로 세력권을 키우더니 급기야 후지쓰배 준결승에서 거함 이창호까지 집어삼켰다. 돌풍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왕위전 도전기 개막전으로 이어져 이창호 9단에게 2연속 패배의 쓴맛을 안겨주었다.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간 것일까. 돌풍의 영향권은 일단 여기까지였다. 직후 왕위전 2, 3국을 잃어 역전을 허용한 것을 포함해 국내 각종 기전에서 5연속 패배를 당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제4회 농심신라면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중견기사 김동엽 7단에게 덜미를 잡힌 판은 나름대로 적잖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국가대항전인 농심신라면배에서 한국은 우승을 독식해 왔던 터라 국가대표 5명에 선발된다는 것은 곧 우승상금 1억5000만원을 예약한 것이나 다름없고, 이를 다섯 등분 하면 적어도 국내 타이틀전 하나 정도는 너끈히 우승하는 가치를 지닌다. 그런 대국을 딱 반 집 차로 날렸으니….

<장면도> 보시다시피 백은 우하귀 흑대마를 일찌감치 시식한 상황. 따라서 흑1로 시비를 걸어왔을 때 <참고도>처럼 백2~6으로 알기 쉽게 처리했으면 압승이었다. 흑5로 백 일곱 점을 주는 정도는 이제 와선 껌값.

그런데 실전은 <장면도> 백2로 끌어 백 전체를 살리려다 흑17까지 백대마를 한껏 키워 죽이고 말았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 우를 범하고 말았으니 젊은이의 패기를 탓해야 할까, 아니면 승부사의 욕심을 탓해야 할까. 293수 끝, 흑 반집승.

< 정용진 /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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