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칼럼]선수들 유럽진출 적극 도와줘야

입력 2002-07-10 18:27수정 2009-09-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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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월드컵이 막을 내리면서 유럽의 언론과 구단은 돌풍을 일으킨 태극전사들의 향배에 주목하고 있다. 월드컵 4강 신화의 동력이 된 국민의 관심은 유럽 진출을 모색하는 선수들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의 관심은 유럽 축구시장의 동향에 대한 합리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할 때 더욱 큰 힘이 될 수 있다. 선수들의 유럽 진출과 관련하여 고려해야 할 사항에는 이적료와 연봉 등 계약조건 외에도 국적에 따른 고용 및 출전 기회에 있어서 차별을 빼놓을 수 없다.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이 독일에서 거둔 성과는 유럽축구연맹(UEFA)이 주관하는 클럽대항전에서 팀당 경기장에 나서는 11명 중 2명의 외국인만을 허용하던 시대에 이룩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빛난다. 동 연맹은 91년 이 기준을 완화하여 유럽클럽대항전에 출장할 수 있는 외국인을 11명 중 3명으로 제한하되 당해 국가 리그에서 5년 이상 취업한 외국인을 2명 추가할 수 있다는 이른바 “3+2” 제도를 채택했다. 그러나 1995년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이 제도가 유럽공동체 회원국 근로자의 국경을 넘는 자유이동을 보장하는 유럽공동체조약에 위반됨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UEFA는 “3+2” 제도의 철폐를 선언했고, 유럽연합의 각 회원국도 외국인 제한을 둔 자국 협회의 규정을 개정했다. 일부 국가는 모든 외국인 선수에 대한 제한을 철폐하거나 50개가 넘는 UEFA 회원국 모두에게 시장을 개방하고 있다. 그러나 대체로는 유럽연합 15개국을 포함한 유럽경제지대(EEA) 18개 회원국 출신에 대해서만 제한을 없애고 역외 출신의 선수들에 대해서는 구단의 고용 인원 및 경기 출전 엔트리, 그리고 경기장에서 뛰는 인원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차별을 가하고 있다. 잉글랜드 아스날이 일본의 월드컵 스타 이나모토 주니치를 방출하면서 내세운 명분도 외국인 쿼터의 포화였다.

현재 유럽에서는 외국 선수의 대량 유입에 대한 경계심이 일고 있고, 이를 반영하듯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5월 FIFA회장선거를 앞두고 경기 출장 외국인 선수를 팀당 11명 중 5명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유럽공동체법에 거슬러 관철되기는 힘들겠지만 그것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유럽 선수들에게는 향후 높아질 장벽을 예고하는 것처럼 들린다.

유럽에 진출하는 한국 선수들은 이처럼 유동적인 제도와 차별적인 환경의 벽을 넘어야 한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대표팀 감독은 유럽 진출을 모색하는 한국 선수들에게 화려한 리그와 구단보다도 자신이 주전으로 뛸 수 있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 말에는 외국인을 제한하는 제도와 환경에 비추어 가장 적합한 리그와 구단을 고르는 안목이 필요하다는 뜻도 포함된다고 해석된다. 한국 선수들의 유럽 진출을 바라보는 국민들도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합리적인 기대의 눈길을 보내야 한다. 차범근 시대에 비해 세계 축구에서의 한국의 위상이 비교할 수 없이 높아진 지금 우리의 각별하고도 합리적인 관심과 지원에 힘입어 제2, 제3의 차범근이 속속 배출될 것을 기대해 본다.

이 철 우<성균관대 법과대 조교수>clee0303@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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