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보배는]3대가 초등교 동문…개교100주년 행사 함께

  • 입력 2002년 5월 21일 17시 07분


올 9월 개교 100주년이 되는 안성초등학교에서유희조군네 3대 동문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올 9월 개교 100주년이 되는 안성초등학교에서
유희조군네 3대 동문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경기 안성시 숭인동에 사는 유희조군(11)과 희연양(8) 남매는 안성초등학교 5학년과 2학년 학생이다. 남매의 아버지 의동씨(45·협진인쇄소 사장)와 할아버지 태용씨(74)도 안성초등학교 60회와 33회 졸업생.

토요일인 25일 오후 6시, 유씨 부자 3대는 나란히 모교로 ‘등교’할 예정이다.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 열리는 ‘안성초등학교 총동문의 밤’에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동문 자격으로, 재학생인 희조군은 도우미로 참석할 것이기 때문이다.

희조군이 안성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 다닐 때는 할아버지가 등하굣길을 지켰다. 태용씨는 손자 손을 잡고 걸으며 저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것이 엊그제만 같은데 어느새 노인이 되었나 세월을 절감하곤 했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땐 이렇다할 놀이기구가 없어서 사내아이들은 철봉에 매달려 놀기를 좋아했죠. 우리 희조 친구들은 공차기를 좋아하더라고요. ”

할아버지 태용씨는 6세 때 충남 서산에서 안성으로 이사왔다. 60년 넘게 인쇄소를 운영하며 안성에 뿌리내린 것이 자랑스럽고 자식을 지나 손자까지 한 학교에 다니는 게 대견하기만 하다.

초등학교 1학년에 중일전쟁, 4학년에 한국어 사용금지 등 온통 일제통치에 억눌렸던 자신의 초등학교 시절과는 달리 희조가 자유롭고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라는 것도 고맙기만 하다.

하지만 희조군은 할아버지가 동문이라는 생각을 할 때면 “그때는 수업시간이 어땠을까”가 제일 궁금하다. 지금의 학생들이 그리 자유롭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할아버지 때와 비교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아버지 의동씨는 안성초등학교 동창회 간사. 개교 100주년 기념을 위해 이런저런 행사를 준비할 만큼 모교에 애착이 깊지만 할아버지 태용씨와는 생각이 좀 다르다.

“얼마나 못났으면 한 곳에 눌러 살면서 3대가 같은 학교를 다니겠습니까. 그래도 아래로 갈수록 학교 성적이 나아지고 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의동씨 말대로 희조군은 공부를 썩 잘한다. 친구들에게 인기도 좋아 학급 반장으로 선출됐다. 의동씨는 초등학교 때 부반장까지 지냈고 할아버지는 감투를 쓰지 못했다.

아버지 의동씨가 희조와 희연 남매를 보며 염려하는 것은 안성의 교육문화 환경이다.

희조군의 생활은 학교가 끝나자마자 밤늦도록 학원 순례를 하는 서울 아이들과는 많이 다르다. 속셈학원과 영어학원을 들러 집에 돌아오면 오후 5시반. 그때부터 텔레비전을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동생과 놀다가 숙제를 하고는 잠자리에 든다. 다채로운 문화생활은 엄두도 못 낸다. 희조군이 지금껏 경험한 문화공연은 평택에서 본 인형극과 발레 정도다.

“제가 어렸을 땐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놀았지만 지금은 산을 깎아 아파트를 지어놓아 그것도 여의치 않습니다. 도시의 장점은 닮지 못한 채 시골의 장점은 모두 잃어버린 것만 같아요. 희조도 고교진학 때 쯤엔 서울로 보내야하지 않을지….”(유의동씨)

안성〓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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