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19로]유창혁 ‘그랜드슬램’ 오, 예스!

  • 입력 2002년 4월 17일 20시 32분


▼제6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5번기 최종국-유창혁 9단(흑):조훈현 9단(백) ▼

"이 대회에서 준우승만 세 차례, 지독히 인연이 없었다. 그 과정에서 외국 기사에게 두 차례나 져 팬들에게 실망만 끼쳐드렸는데, 우승하게 돼 무척 기쁘다.”3전4기의 우승. ‘세계 최고의 공격수’ 유창혁 9단이 마침내 LG배 3회 준우승의 한을 풀었다.

유 9단은 이번 우승으로 ‘LG배 준우승 징크스’로부터 벗어났을 뿐 아니라 ‘세계대회 그랜드슬램 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성공했다.

LG배를 석권함으로써 응씨배, 삼성화재배, 후지쓰배, 춘란배 등 5개 메이저 세계대회를 모두 한 번 이상 정복하는 그랜드슬래머가 된 것.

조훈현 9단의 집요한 추격을 정교한 끝내기로 따돌린 결정판이었다. <장면도> 백1에 흑이 2·4로 선수 끝내기 하고자 했을 때, 조 9단은 조급증을 참지 못하고 백5로 젖혀 흑 ▲ 석 점을 서둘러 잡았다. 그러나 이 흑▲ 석 점은 생선의 가시였다. <참고도> 백2로 그냥 받아두는 것이 정수였다. 흑3을 당하는 게 눈에 밟혔겠지만 백4로 늘어 충분하다. 이랬으면 미세했다.

<참고도>와 <장면도> 흑 ▲ 석 점을 잡은 차이는 안팎 계산으로 따질 때 약 15집의 가치가 있다. 그러나 실전의 결말은 어떤가. 흑8 한 방이 뼈아플 뿐 아니라 10·12의 끼워 이음을 허용하는 바람에 우변에서 백△ 석 점을 떼어주어야 했으며(동시에 이곳에서 몇 집 생길 백집이 날아간 것은 물론), 흑이 ×표에 일일이 놓지 않고 백 넉 점을 고스란히 잡게 돼 이 부근에서의 손실이 확실히 승부를 결정지었다. 250수 끝, 흑 4집 반 승.

< 정용진 /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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