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속 공간]80년 된 건물속 멋쟁이 쉼터 일민미술관 'imA'

  • 입력 2002년 3월 21일 14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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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 전철역에서 시청 방향으로 나오면 3m 정도 떨어진 곳에 일민미술관이 있고 그 1층에 카페 ‘이마(imA)’가 있다. 분위기 있게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실 수 있는 흔치 않은 도심 공간이다.

지하철역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있지만 첫눈에 쉽게 띄진 않는다. 리노베이션을 하긴 했으되 1926년에 지어진 일민미술관의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어, 이런 곳에 카페가 있을 거라곤 잘 상상이 가지 않기 때문…. 건물 밖으로 난 창문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일제강점기의 ‘앤티크(antique)’랄 수 있는 ‘상하식 여닫이 창문’임을 확인할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면 잔잔한 재즈음악이 어깨에 뭉친 피로를 잠시 이완시켜 준다. 아직은 ‘아는 사람만 아는 곳’이라 인구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 카페 벽 군데군데에 걸려 있는 화가 홍경택의 회화작품까지 눈에 담아두고 있노라면 잠시의 일탈감을 만끽하며 명상의 시간을 갖기에 충분하다. 시계를 보면 분명 아직도 ‘근무중’이지만….

음식은 ‘현대적 데커레이션’을 앞세웠지만 내용을 곱씹어 보면 복고적인 코드다. 노른자가 깨어지지 않은 계란프라이가 덮여져 나오는 햄버그 스테이크는 달착지근한 돼지고기 맛과 느끼함을 덜어주는 고소한 마늘향이 잘 어우러져 있다. ‘이마라이스’는 계란프라이, 스팸 두 조각, 프랑크 소시지 5개, 단무지 4개, 그리고 어리굴젓을 얹어 놓은 쌀밥으로 구성돼 있는데, 예전에 먹던 도시락같다. 계란, 베이컨, 참치 샌드위치에는 속 재료가 듬뿍 담겨있다. 후식으로는 와플, 아이스크림이 있다.

‘커피가 범상치 않다’는 것은 이 집을 다녀간 사람들 사이의 공통된 화제다. 커피 맛에 까다로운 작가, 예술가들도 많이 찾는다. 일단은 양이다. 지름 8㎝, 높이 5㎝나 되는 ‘사발’급 커피잔에 담아준다. ‘물관리’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정수기뿐 만 아니라 물 맛을 부드럽게 해주는 연수기까지 설치했다. 이틀에 한번씩 원두콩을 사다가 직접 갈아 만들기 때문에 선도(鮮度)도 높다.

커피는 4000∼5000원, 샌드위치를 비롯한 식사메뉴는 6000∼8000원. 테이크아웃을 할 경우 1000원씩 할인해 준다. 일요일도 영업. 주말에는 얇은 책 한 권 들고와 다 읽고 간다는 생각으로 들러도 괜찮을 것 같다. 02-2020-2088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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