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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동아사이언스]감정가진 영장류 인간을 지배하고 싶을까

입력 2001-08-22 18:23업데이트 2009-09-1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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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를 다녀왔더니 내 집을 딴 사람이 차지하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그것도 모자라 아예 동네에서 쫓겨나기까지 한다면 말입니다. 최근 개봉된 ‘혹성탈출’이란 영화는 이처럼 지구의 주인 자리를 침팬지들에게 뺏긴 인간들의 이야기입니다. 지구를 지배하는 침팬지들은 심지어 인간을 멸종시키려 합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12일자에는 이 영화를 소개하면서 인간과 침팬지를 비롯한 다른 영장류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실렸습니다. 침팬지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정과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영화에서 인간이 침팬지들에게 학대당할 때 느끼는 고통을 지금 침팬지들도 같이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네덜란드의 한 동물원에 살고 있는 암컷 침팬지가 여러 차례 갓 낳은 새끼를 잃고 몇 주씩이나 다른 침팬지들을 멀리하며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을 관찰했습니다. 이 침팬지는 동물원 관리인들이 다른 새끼 침팬지를 안겨주자 비로소 슬픔에서 벗어났다고 합니다.

또 수년간 아프리카 각지의 침팬지 집단들을 조사한 결과 상대방의 몸에서 해충을 잡아주는 몸단장에서도 어떤 집단은 잡은 해충을 팔뚝으로 눌러 죽이는 반면 다른 집단에서는 잎으로 눌러 죽이는 것을 알게 돼 서로 다른 문화를 갖고 있다는 결론을 얻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뉴질랜드는 99년 영장류 실험을 금지하는 법률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제정했습니다. 네덜란드도 올해 같은 법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영화는 68년 제작된 같은 제목의 영화를 새롭게 각색한 영화입니다. 그 뒤 줄거리가 이어지는 네편의 영화가 더 만들어졌으며 74년부터는 TV연속극과 만화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혹성(惑星)’은 일본말이고 ‘행성(行星)’이 우리말이라는 점입니다. 혹성은 ‘별일지 모른다’는 애매한 말이고 ‘나그네 별’이라는 의미의 행성이 과학적으로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나중에 국내 TV에 방영될 때는 ‘행성탈출’로 바뀌었습니다. 30여년 뒤에 굳이 ‘혹성’이란 단어를 되살린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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