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범수-진양혜부부 이렇게 키워요]"너무 바빠요"

입력 2001-05-30 18:45수정 2009-09-2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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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막 걸음마와 말을 배우기 시작한 유아들도 쉴 새 없이 바쁜 일과를 보낸다. 유아 텀블링, 공작 활동, 음악 교실, 수영 강습, 영어 회화, 영재 학습, 독서 지도 등 이른바 취학 전 활동 때문이다. 각 프로그램의 종류와 성격도 다양하다.

나는 어릴 때 외국어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며 큰아이인 찬호에게 중국어를 가르쳐보지 않겠느냐는 제의까지 받은 적도 있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 하며 사회성을 키우는 것은 부모의 역할만큼 중요하다. 따라서 아이들이 재미있게 즐기면서 특별 활동을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교육 시스템의 부재 속에서 내 아이는 내가 챙겨야 한다며 좀더 좋은 교육활동을 시키고자 하는 마음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더구나 아이가 특별 활동을 하는 동안 부모는 보너스로 자신들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여기에 아이가 생산적인 무엇을 하고 있다는 심적 위안도 얻는다.

단 문제는 부모의 지나친 욕심으로 아이에게 이것저것 너무 과도한 활동을 시키면 오히려 아이의 창조성을 해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바쁜 일과는 유아의 창조성과 스스로 즐기는 능력을 해칠 뿐만 아니라 과도한 자극을 줄 수도 있다고 한다.

보스턴대 ‘예절과 성격향상 센터’는 “어린이들에게는 부담 없이 놀고 상상하며 의문을 가질 시간이 필요하다. 욕심을 버리고 동네에서 오후 내내 친구들과 뛰어 놀던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라”고 충고한다.

우리 집의 경우 큰아이는 지금 수영과 영어 활동을 하고 있다. 나는 본인이 흥미 있어 하고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으로 선별해서 적당히 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는 친구들과 놀기 위해서는 전화로 긴밀한 연락을 취하며 약속을 정해야 한다. 물론 그것도 시간 맞추기가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아직 유아기인 아이가 과도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모든 어린이는 어른과 마찬가지로 각자 감당할 수 있는 자극의 한계가 있다고 한다.

육아전문가들은 “최선책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아이들은 무언가 지나치다 싶을 때 어른에게 그 마음을 전하는 데 능하다. 그럴 때 아이들은 울거나 눈길을 돌린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런지 엄마 욕심에 악기 하나 배워보지 않겠느냐는 나의 제의를 큰아이는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엄마, 우리 집에서 내가 제일 바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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