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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현장]새만금 갯벌 지키기 고행길

입력 2001-05-25 20:37업데이트 2009-09-2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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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명을 지키자'는 종교인 3명의 땀방울이 초여름 서울 길바닥을 흥건히 적셨다.

새만금갯벌 생명평화연대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은 24일 오전 10시 명동성당에서 청와대까지 세 걸음마다 한 차례씩 절을 하면서 행진하는 '3보 1배(三步一拜)'를 진행했다.

또한 문신부와 수경 스님이 경찰의 저지로 종로구청을 우회해 주한미대사관을 피해가자 뒤를 따르던 문정현 신부도 '3보 1행'을 하겠다며 미대사관 옆을 지나 세종로를 따라 청와대로 향했다.

새만금사업 반대 종교인 '3보 1배'고행 동영상 보기

문규현 신부 등은 이날 성명서에서 "제어감각을 잃어버린 산업·기계 문명은 마침내 회복하기 힘든 자연파괴와 인간성 상실을 몰고 왔다"면서 "땅바닥에 엎드려 진심으로 올리는 참회의 기도를 통해 정부가 과감하게 개발망상을 포기하고 공생의 가치를 실현할 위대하고 감동적인 선택에 이르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땀과 물에 젖은 채 절하는 수경스님과 바로 옆 불교용품점에 진열된 조각품

이날 오전 10시 10분, 섭씨 26.5도의 날씨 속에 명동성당을 출발한 두 종교인과 참가자 20여명은 종로1가를 거쳐 조계사에 도착했으며 10여분 휴식을 취한뒤 종로구청쪽으로 향했다.

행진 과정에서 문신부와 수경스님은 비오듯 쏟아지는 땀과 열을 식히기 위해 참가자들이 뿌려주는 물로 옷까지 흠뻑 젖었으며, 이를 지켜보던 일부 참가자들은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집회신고가 된 종로구청까지 별다른 제지를 않던 경찰은 대열이 미 대사관에 가까워지자 전경 1개중개 100여명을 배치하고 이들의 행진을 저지했다.

참가자들은 경찰이 더 이상의 행진을 저지하자, '집회 해산'을 선언한 후 "문규현 신부와 수경스님이 각각 20여미터 이상 떨어져서 '1인 시위' 형식으로 청와대로 향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과 약 30분간 대치한 참가자들은 오후 1시경 종로구청을 우회해 행진을 진행했다.

이날 행진에 참여한 녹색연합 임삼진 사무처장은 "수많은 생명을 죽이려는 정부의 오판에 마지막 경고를 보내는 것"이라며 "두 종교인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순찰차 위에 올라선 문정현 신부(좌). 문신부가 절을 하고 있는 미대사관 옆 도로의
평행한 중앙선이 새만금 사업에 대한 팽팽한 입장들을 상징하는 듯하다.

한편 종로구청 앞에서 경찰의 저지로 행진 방향이 바뀌자 문정현 신부는 순찰차량 위에 올라가 "경찰은 종교인의 평화적인 1인 시위를 가로막는 불법적인 행위를 중단하라"며 10여분간 항의를 벌이기도 했다.

문규현·문정현 신부와 수경스님은 오후 3시경 정부종합청사에서 합류해 청와대 방면으로 진출하려 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중단됐다.

이날 문규현 신부와 수경스님은 명동성당에서 정부종합청사까지 약 4km 동안 약 2000번의 절을 했다.

최건일/동아닷컴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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