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과 서의 벽을 넘어]철학아카데미 이정우 원장

  • 입력 2001년 4월 8일 18시 51분


코멘트
◇푸코 …禪… 정약용 …자유로운 글쓰기

‘현대 프랑스의 사유와 동북아의 사유를 통합하는 새로운 사유’라는 거창한 철학을 구상하고 있는 철학아카데미 이정우 원장(42·사진).

그의 철학 연구는 프랑스 현대철학에서 시작했지만 라이프니츠 스피노자 등의 서양 근세철학, 주역과 도가(道家)철학과 한의학, 그리고 조선후기의 최한기와 정약용에 이르기까지 넓은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공대졸업후 불철학 연구 시작

철학전공자로서는 드믈게 공대(서울대)를 졸업한 그는 서울대 대학원에서 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 철학과 교수를 그만 두고 현재 소장 학자들과 함께 철학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애초부터 동양학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집안 분위기 때문에 동양적인 것에 익숙했지요.”

이 원장은 민족종교 계통인 ‘각세교(覺世敎)’에서 일했던 할아버지와 한학을 공부했던 아버지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집에 있는 고서들을 보며 자랐고, 어려서부터 몸이 약해 할아버지의 친구이던 한의사를 자주 접하면서 한의학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빨리 자립하기 위해 공대에 진학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밴 인문학적 정서를 포기할 수 없어 대학원에서 철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우선 날카롭고 논리적인 사고의 훈련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에 서양철학을 택했다.

“일단 서양철학으로 박사학위도 받고, 대학교수도 되고 보니 본격적으로 동양철학을 해야겠다는 욕구가 솟아나더군요.”

자신의 전공인 현대 프랑스철학을 벗어난 그의 연구작업과 자유로운 글 쓰기 방식은 기존 학계의 풍토와 마찰을 빚었고, 결국 그는 사표를 던졌다.

그의 철학적 작업은 이 때부터 본격화됐다. 동아시아 담론에 문제를 제기한 ‘인간의 얼굴’이 1999년에 출간된 것을 시작으로 1년에 서너 권씩 저서들을 내놨다. 스토아철학과 선(禪) 불교를 연결시킨 ‘삶·죽음·운명’, 주역과 라이프니츠와 현대과학을 거시적 관점에서 통찰한 ‘접힘과 펼쳐짐’등 그의 사유는 동서고금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는 폭넓은 관심사를 섭렵하며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그 강의내용을 책으로 묶어내는 저술방식을 택하고 있다.

▽'한의학 바탕한 기학' 관심

그가 궁극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한의학을 바탕으로 한 기학(氣學)’.

“원래 어떤 것을 파고들기보다는 조감하는 스타일이라 손에 잡히는 대로 이것저것 섭렵했어요. 하지만 이제 저도 40대의 중년입니다. 이제는 한곳으로 ‘집중시켜야’ 할 때인 듯합니다.”

그는 내년부터 도가철학과 기학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이정우원장 약력

△1983년 서울대 공대 졸업

△1994년 서울대 대학원 철학박사

△1995∼1998년 서강대 철학과 교수

△현 철학아카데미 원장 겸 격월간 철학지 ‘아카필로’ 편집인

△저서: ‘주름·갈래·울림’, ‘담론의 공간’, ‘가로지르기’, ‘접힘과 펼쳐짐’, ‘시간의 지도리에 서서’, ‘인간의 얼굴’, ‘시뮬라크르의 시대’, ‘삶·죽음·운명’ 등

<김형찬기자>kh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