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스타]"인섭아, 네 은메달이 금메달 100개보다 낫다"

  • 입력 2000년 9월 28일 18시 51분


금메달은 4년후에…
금메달은 4년후에…
“어머니 죄송해요. 금메달 꼭 따내서 어머니 인터뷰 시켜드리려고 했는데.”

“아니다. 금메달 100개보다 네가 딴 은메달 1개가 훨씬 낫다. 인터뷰는 벌써 많이 했다.”

27일 ‘부상 투혼’을 발휘한 레슬링의 김인섭(27·삼성생명)이 결승전에서 고통을 못이긴채 매트에 쓰러져 있는 장면을 국내에서 TV로 보던 어머니 최위선씨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경기가 끝난 직후 김인섭이 전화를 걸자 어머니 최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장남의 몸이 성한지 물으며 애간장을 태웠다.

이날 TV로 중계된 김인섭의 결승전 장면은 비단 그의 가족뿐만 아니라 온 국민을 울렸다.

갈비뼈 부상으로 인한 고통에 전날밤 몸을 펴지 못하고 웅크린 채 새우잠을 잤고 상한 근육 결을 찾아 진통제 주사를 50회 이상 맞아가며 결승까지 올랐던 김인섭의 투혼. 선제 득점에도 불구하고 상대 파테르 공격 때 끝내 고통을 못이기고 매트에 나뒹구는 장면.

국민은 김인섭의 투혼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이 미어졌다.

유영태 대표팀 코치는 28일 선수들과 시드니 시내 한국식당에서 점심을 먹던중 “국내 곳곳에서 김인섭의 안부를 묻는 전화가 쇄도해 하루종일 휴대전화만 붙들고 있다”며 “레슬링이 올림픽 사상 이처럼 깊은 관심과 애정을 모았던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어리둥절해 했다.

김인섭의 표정도 한결 밝았다.“금메달보다 은메달을 따니까 더 스타가 되네요….” 그의 전화번호를 수소문해 연락했다는 한 국내 팬의 전화를 받고 그는 활짝 웃었다.

<시드니〓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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