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존]"영화, 이거 진짜 돈 되네"

  • 입력 2000년 9월 21일 19시 24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흥행 돌풍을 가장 반길 사람은 누구일까.

제작자와 감독, 주연을 맡은 송강호 이병헌 이영애 등 연기자들을 우선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처럼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뒤편에서 이 영화의 흥행에 흐뭇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KTB네트워크의 권성문사장이 그 중 한 명. 이 영화 제작에 7억원을 투자해 개봉 5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이제는 관객수가 늘어나는 만큼 이익이 차곡차곡 쌓이는 시점. KTB는 총수익의 10.2%를 배당받기로 돼 있어 ‘쉬리’가 올린 150억원의 흥행 기록만 달성해도 KTB는 투자금액만큼을 벌어들이는 셈이다.

KTB 엔터테인먼트팀 하성근팀장은 “이 영화의 성공은 영화도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는 분위기 확산에 한 몫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경비구역 JSA’ 같은 블록버스터(Blockbuster·막대한 돈을 들여 성공한 영화 등의 대작)를 잡기 위한 벤처캐피털 업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영화에서의 블록버스터란 대규모 자금과 스타급 연기자를 투입하고 최대한의 배급망을 동원하는 등 기획 단계에서부터 ‘대박’을 노리는 것을 일컫는 말로 저예산 영화와 상반되는 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산은캐피탈이 지난해 ‘쉬리’에 투자해 재미를 본 뒤부터 본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을 비롯해 무한기술투자가 ‘비천무’에 투자, 또 한번 대박을 터뜨리자 업체별로 전담 투자팀을 구성하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영상사업단 출신 인력을 영입해 6월말 7명으로 전담팀을 구성한 KTB는 올해에만 ‘킬리만자로’ ‘공동경비구역 JSA’ ‘단적비연수’ ‘번지점프를 하다’ 등 11편에 모두 130억원을 투자했다. 영화사에 대한 직접 출자도 병행해 강제규필름, 디지털네가에 각각 20%, 5.6%의 지분을 출자한 상태.

무한기술투자와 삼성벤처투자는 주로 영화 전문 펀드를 조성해 영화에 투자를 하고 있는 곳. IT벤처 투자에 강세를 보여온 무한기술투자는 ‘비천무’를 비롯해 ‘인디안 서머’ ‘청춘’ ‘해변으로 가다’ 등 13편의 영화에 95억원을 투자했다. 삼성벤처투자는 현재 제작 중인 ‘사이렌’에 30억원을 투자하는 등 4편에 50여억원을 투자했으며 올해 안으로 200억∼300억원대의 대형 영상펀드를 조성할 계획.

벤처캐피털들의 영화 투자 러시에 대해 무한기술투자 박희철팀장은 “수익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인터넷 벤처에 대한 투자보다 손실 위험이 적고 투자회수 기간이 1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회사 이름을 알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 가운데 하나.

KTB는 ‘공동경비구역 JSA’의 자막에 공동제작자로 이름이 올라 있어 광고 효과로 따지면 유형의 수익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이 밖에 인터넷영화, 게임, 캐릭터, 애니메이션 등 미래 핵심산업인 엔터테인먼트 사업 전반을 놓고 볼 때 ‘돈 되는’ 콘텐츠를 미리 확보한다는 이점도 있다.

한편 영화투자에 관심을 많이 쏟는 벤처캐피털의 대표들은 ‘영화광’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눈길을 끈다. KTB 권성문사장은 중고교 시절 영화를 개봉 첫날에 보기 위해 지각이나 결석을 밥먹듯 했으며 한창 때는 연간 300편 이상의 영화를 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짓말’ ‘춘향뎐’ 등 작품성이 높은 영화에 주로 투자를 해온 미래에셋의 박현주대표 역시 주말마다 직원들과 함께 영화관을 찾을 정도의 영화광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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