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스포츠]"재밌잖아요!" 스포츠클라이밍 "열풍"

  • 입력 2000년 5월 17일 19시 33분


"스릴도 무시못하지만 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커진다는 거죠. 자기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절대 못올라가요"

"처음엔 겁두 나구,내가 정말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뿐이었어요"

"아니나다를까, 바로 떨어졌죠" "아! 그순간 알겠더라구요"

"나를 믿지 못하면 절대 성공하지 못하는구나"

지난 13일 서울 성동구 응봉동 암벽공원에서 만난 아마추어 클라이머 김선구(보성고3)군의 스포츠 클라이밍에 대한 예찬이다.

아직은 13m 높이의 직벽코스밖에 못오르지만 수학능력고사가 끝나고 조금만 연습하면 옆에 있는 오버행(Overhang:90도가 넘는 경사)도 자신있단다.

"제 자신을 믿으니까요"

다른 쪽에선 경사가 115도쯤 되는 난코스를 김선구(31)씨가 웃통까지 벗어제치고 열심히 오르고 있었다. 손끝과 발끝에 잔뜩 힘을 준 김씨의 등줄기에는 계속해서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밑에서는 김씨의 방송통신대 산악부 후배이자 이 날의 자일파트너 문행식(27)씨와 역시 산악부에서 만난 김씨의 부인이 열심히 응원을 보냈다. 정상부근에서 체력이 다 된듯 주춤하던 김씨가 안간힘을 쏟은 끝에 겨우 정상정복에 성공했다.

"와! 성공이다." 밑에서 지켜보던 동료들과 구경꾼들이 일제히 환호를 보냈다. 자일을 타고 가볍게 지상으로 내려온 김씨를 붙잡고 물었다.

"왜 올라가요?"

어이없는 질문에 피식 웃기만 하던 6년차 '산꾼' 김씨의 답변이 걸작이다. "재미있잖아요"

자연암반만을 고집하다 2년전부터 스포츠클라이밍을 시작했다는 김씨는 직장관계로 주로 주중엔 인공암벽에서, 주말은 자연암벽에서 클라이밍을 즐긴다고. 어느 것이 더 매력있느냐고 묻자 "자연암벽은 말 그대로 자연과 호흡할 수 있어 좋고, 인공암벽은 매번 달라지는 코스를 개척하는 재미가 있다"고 답변했다.

덧붙여 자일에 몸을 맡길 수 있어 멀리 떨어진 홀드를 점프하듯 잡거나 홀드에 의지, 물구나무서듯이 메달려 올라가는등 큰 몸동작을 할 수 있는 것도 인공암벽만이 가지는 매력이라고.

도심 한복판에서 자연암벽등반 못지않은 스릴과 성취감을 맛볼수 있는 스포츠 클라이밍의 인기가 날로 더해가고 있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美케이블방송 ESPN이 93년부터 해마다 개최하고 있는 X게임의 한 종목으로 선정된 이후, 전세계적으로 퍼져 열기가 뜨겁다. 시합은 주로 난이도 속도 볼더링 3가지로 승부를 가린다.

스포츠 클라이밍이란 인공암벽에 부착된 풋홀드(발을 디딜 수 있는 돌출물)와 핸드홀드를 이용, 몸을 이동시켜 정상까지 올라가는 스포츠.

자연암벽까지 가야 하는 번거로움뿐만 아나리 시간과 경비를 줄일 수 있다. 또한 난이도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안전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코스는 난이도가 가장 쉬운 직벽(90도 경사)부터 90도가 넘는 오버행까지 다양하다. 이밖에 크랙(손가락이나 손자체,발을 끼울수있는 틈새) 슬랩(신발의 마찰력에 의지해 등반하는 코스)등의 코스로 구성된다. 난이도가 높은 곳일수록 홀드의 위치가 어렵고 홀드의 숫자 또한 적다.

초보자라도 매일 한시간씩 일주일정도 연습하면 직벽은 무난하게 오를 수 있고 3~4개월이면 천장을 오르는 오버행도 가능.

장비는 암벽화(국산 5만∼6만원, 외제 10만원이상)와 손의 땀을 흡수하는 탄산마그네슘가루(1천원정도), 가루를 담는 초크백(1만원정도)만 갖추면 준비 OK!

국내에는 트레이닝을 목적으로 한 실내 인공암벽(높이 3∼4m) 100여곳과 올라가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실외인공암벽(높이13∼15m) 50여곳에서 2만여명의 클라이머들이 스포츠 클라이밍을 즐기고 있다.월 사용료는 4만~5만원,하루 5천원이면 밤10시까지 이용이 가능, 직장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지난 5~7일 전국 스포츠 클라이밍 선수권대회를 개최한 응봉동 암벽공원이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넓이 13m,높이 15m.경사는 95도에서 135도.서울시산하 산악연맹 운영. 이용료 유일하게 무료. 02-2290-7323

이밖에 서울시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인공암장은 ▲실내=서울 클라이밍센터(929-7398) 에이스 월(861-3446) 예티 실내인공암장(725-7498) 클라이밍 아카데미(990-5014) 헥사 월(2265-1990) 노량진 스포츠 클라이밍센터(821-5824) ▲실외=트리플 월(390-6263) 어택 캠프(955-9007) 백두대간(714-8004)등이 있다.

박해식/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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