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돋보기답사]무지개 문-무지개 다리의 매력

  • 입력 1998년 11월 22일 20시 26분


무지개 모양의 문, 홍예문(虹霓門). 무지개 모양의 다리, 홍예교(虹霓橋). 숭례문(국보1호), 흥인지문(보물1호), 광화문의 석축(石築)엔 홍예문이 있고 불국사 백운교나 창덕궁 금천교는 다름아닌 홍예교다.

이같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홍예’. ‘아치’라는 외래어로 더 익숙한 이 홍예가 우리 전통 석조건축에서 ‘약방의 감초’격이었던 것은 어떤 이유에서 였을까.

그 비밀은 완벽할 정도의 견고함과 빼어난 아름다움에 있다.

홍예는 좌우에서 돌을 쌓아 올라가다 맨 위 가운데에 마지막 돌, 즉 이맛돌(키 스톤·Key Stone)을 끼워 넣음으로써 완성된다. 이 이맛돌만 빠져나가지 않으면 홍예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 건물이나 성벽이 무너져도 홍예는 건재하다.

놀라운 것은 우리의 전통적인 홍예에선 돌과 돌 사이에 모르타르와 같은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 엄밀히 말하면 돌이 허공에 떠있는 셈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김봉건 미술공예실장(한국건축사)의 설명. “길쭉한 돌은 세워서 기둥으로 사용하면 강하다. 그러나 돌을 수평으로 눕혀 다리의 상판(上板)으로 사용하면 약하다. 휘어지거나 부러질 위험이 크다. 이것이 돌의 특성이다. 우리의 홍예는 이같은 돌의 특성을 제대로 간파해 만든 것이다. 홍예는 또한 위에서 가하는 힘을 좌우로 분산시키기 때문에 붕괴 위험이 거의 없다. 그래서 홍예를 고도로 발달한 건축구조라 부른다.”

건축재료가 별로 발달하지 않아 주로 돌을 사용해야 했던 그 옛날, 선인들은 돌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더욱 완벽한 건축물을 만들었던 것이다.

홍예의 멋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고풍스럽고 깔끔한 무지개 모양이 연출하는 빼어난 아름다움이야말로 빼놓을 수 없는 홍예의 매력이다.

‘과학성과 미학의 조화’라는 특성 때문인지 홍예는 현대 건축에도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현대건축의 홍예는 콘크리트 등으로 무지개모양의 구조물을 만들어놓고 거기에 돌을 붙인 것이 대부분. 그래서 진정한 의미의 홍예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건축가 서현씨는 우리의 홍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홍예는 허공을 가로지르기 위한 숱한 연습의 결과다. 이 홍예가 없었다면 한국 건축물의 역사는 완전히 바뀌었을 것이다. 숭례문도 광화문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양이었을 것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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