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작가/조각가 김진수]

  • 입력 1997년 12월 5일 0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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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한쪽에는 고물상에서 들여온 무게 2t의 「선반」 공구가 자리하고 있다. 작가는 이 작업대 앞에 앉아 창작열을 쏟는다. 그에게 그 무게만큼이나 무거운 작업의 부담과 의미를 전해주는 물건. 「영원의 빛」이라는 진지한 주제를 모색해온 조각가 김진수(39). 최근 서울 원서갤러리에서 열린 「삶의 무거운 주제 그리고 발견」전에 작품 「무제」로 참가했다. 흙 위에 놓여진 관모양의 철제상자속에 움직이는 전등이 있고 여기서 나온 빛이 관의 틈새를 비집고 벽에 비친다. 시간에 따라 변화되고 움직이는 빛무리들이 다양한 상징으로 관객에게 다가선다.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한 작가는 89년 이탈리아 카라라 국립아카데미에 유학, 95년 귀국했다. 이후 시간과 공간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조각을 발표해 왔다. 그는 『시간을 초월하고 생명과 우주의 모든 것을 덮는 새로운 빛을 염원한다』고 말했다. 평론가 김복영은 『삶과 죽음을 포괄하면서도 이것들을 뛰어넘어 존재하리라 믿어지는 근원적 생명 또는 빛을 붙잡으려는 작품을 시도하고 있다』고 평했다. 전업작가로서 경제활동에의 얽매임을 뿌리치며 작품을 통한 「초월」을 믿는 탓일까. 두 딸을 안고 전시장에 나타난 작가는 무거운 작품주제와는 달리 밝고 경쾌한 표정이었다. 부인은 여류조각가 심은하(33). 〈이원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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