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스 칼럼]스페인 상대 공격축구 로마 전사는 용감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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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유로2012가 성공적인 대회였다고 평가했다. 사실이다. 세계 최고 스페인이 우승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최하위로 탈락했던 이탈리아는 독일을 무너뜨린 막강 공격력으로 자존심을 회복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팀이 ‘지지 않기 위한 축구’를 해 너무 움츠러든 플레이를 했다는 점에선 지극히 평범했다. 과감히 공격한 팀이 얼마나 됐던가. 포르투갈과의 8강전에서 체코가 과연 하프라인을 몇 번이나 넘었나. 프랑스는 그토록 스페인이 두려웠던가. 잉글랜드는 이탈리아와 120분간 득점하지 못하고 승부차기 대결을 벌인 게 그렇게 기뻤던가. 감독들은 과감한 공격으로 대패해 자신의 이력에 오점을 남기기보다는 아슬아슬한 패배를 선택했다.

체사레 프란델리 이탈리아 감독은 달랐다. 그는 2010년 남아공에서 참패를 당한 뒤 노쇠한 노장과 신뢰할 수 없는 젊은 선수들을 비난했던 마르첼로 리피 감독의 후임이 됐다. 리피는 당시 이번 대회의 스타 마리오 발로텔리(맨체스터 시티)와 안토니오 카사노(AC 밀란)를 뽑지 않았다. 프란델리는 리피와 정반대로 했다. ‘악동’ 발로텔리에게는 “모든 사람을 실망시키는 활화산 같은 기질을 버리고 슈퍼마리오가 될 가능성이 보인다면 선발하겠다”며 좀 더 성숙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해 카사노가 갑작스럽게 심장 수술을 받았을 때는 직접 찾아가 “건강 회복에 집중해라. 그럼 유로2012에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프란델리는 “한때 아드리안 무투(AC 체세나)와 카사노, 발로텔리를 지도했다”고 말했다. 모두 재능은 뛰어나지만 짜증스러운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들이다. 프란델리는 “다루긴 힘들지만 결과적으로 더 멋진 선수가 됐다. 챔피언도 아니면서 챔피언이라고 생각하는 선수들보다 더 성실하고 충성적이 됐다”고 말했다. 이탈리아가 4강에서 독일을 2-1로 무너뜨릴 때 카사노는 창조자였고 머리와 발로 무시무시한 골을 터뜨린 발로텔리는 그라운드를 휘어잡는 야수였다.

이번 대회 최고 스타는 안드레아 피를로(유벤투스)다. 피를로는 이탈리아 미드필드의 핵이다. 이탈리아는 스페인과 같은 강력한 미드필드를 갖추지 못했지만 피를로의 존재만으로 많은 경기에서 이겼다. 변함없이 멋진 플레이를 펼친 스페인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도 분명 훌륭했다. 사비 에르난데스(바르셀로나)와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도 스페인 점유율축구를 주도한 멋진 콤비였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노장 피를로의 투혼은 빛났다.

일부에서 스페인을 1950년대 헝가리 ‘마법의 마자르군단’이나 1970년대 ‘환상의 브라질’에 비유하는 데 다소 어색하다. 사비와 이니에스타, 세스크 파브레가스(바르셀로나)는 어느 시대에서도 빛날 것이다. 하지만 브라질의 펠레나 제르손, 토스타오와는 플레이스테이션에서나 비교할 수 있다. 또 이미 세상을 떠난 헝가리 페렌츠 푸스카스나 산도르 코츠시시, 난도르 히데그쿠티와 경쟁할 수도 없다. 그들은 당대의 전설이며 세상은 변했다. 오늘의 스페인을 즐기자.

이번 대회에서 대부분의 팀이 잔뜩 겁먹고 스페인을 상대하면서 수비 위주로 경기를 했다. 하지만 ‘수비축구’ 이탈리아는 결승전에서 과감하게 공격했다. 조르조 키엘리니(유벤투스)와 티아고 모타(파리 생제르맹)의 부상이 아쉬웠다. 지구상 가장 강한 팀을 만난 이탈리아는 대처할 에너지를 소진하며 무너졌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진정한 축구를 보여줬다.

랍 휴스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랍 휴스 칼럽#해외스포츠#해외축구#유로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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