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의 비바 유로]전력과 승패, 인과관계가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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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축구가 웃긴다. 축구라는 게 그런 것이다. 공이 둥글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현실적으로 폴란드 바르샤바까지 이동하기 힘들어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호텔에서 TV로 지켜본 이탈리아와 독일의 4강전 결과는 정말 의외였다. 모든 전문가들이 전망하듯 필자도 독일의 승리를 예상했다. 독일은 B조 예선 3승을 포함해 4연승을 내달렸고 이탈리아는 C조 조별리그에서 1승 2무로 턱걸이한 뒤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간신히 4강에 올랐다. 하지만 독일은 다소 오만했고 이탈리아는 ‘타도 독일’을 제대로 준비했다. 이탈리아는 미드필드부터 빠른 패스와 움직임으로 독일을 압도했다. 이탈리아의 승리에 박수를 보낸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이 떠오른다. 당시 이탈리아는 파올로 로시가 ‘승부조작’에 연루됐다 돌아오는 등 혼란을 겪고 있어 서독의 우승을 예상했지만 이탈리아가 3-1로 이기고 정상에 올랐다.

이탈리아가 이날 독일을 압박한 것처럼 경기한다면 2일 스페인과의 결승전에서도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탈리아는 마리오 발로텔리(맨체스터 시티)라는 특급 스트라이커가 살아나고 있다. 또 45분용이지만 안토니오 카사노(AC 밀란)란 보조 스트라이커도 있다. 카사노는 4강전에서 발로텔리의 선제골을 그림같이 도왔다. 하지만 스페인은 부상 중인 다비드 비야(바르셀로나) 같은 골잡이가 없다. 이탈리아가 이날 미드필드부터 적극적으로 독일을 압박했듯 스페인을 공략한다면 승산이 높다.

스페인은 수비라인부터 미드필드 공격라인까지 이어지는 초정밀 짧은 패스로 상대를 압도하는 능력은 탁월하다. 하지만 결국 골문 앞에서 한 방 터뜨려 줘야 하는 파괴력은 이번 대회에서 단 한 번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유로 2008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우승하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상태다.

사실 속단은 금물이다. 듬직한 수호신 역할을 하는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의 신들린 선방, 사비 에르난데스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이상 바르셀로나) 등이 펼치는 미드필드 점유율 축구 등 전반적인 전력에서는 스페인이 이탈리아보다 앞선다.

변수는 발로텔리다.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전철을 밟지 않으면 된다. 호날두는 B조 예선 마지막 경기인 네덜란드 경기에서 2골을 몰아쳤고 체코와의 8강전에서도 골을 터뜨리며 상승세를 탔지만 스페인과의 4강전에서 허둥대다 패배의 멍에를 썼다. 상승세를 탄 발로텔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호날두는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다 망가졌다. 발로텔리가 차분하게 골 결정력에만 집중한다면 ‘난공불락’ 스페인도 무너뜨리지 못할 상대는 아니다.―키예프에서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
#해외스포츠#해외축구#유로2012#허정무의 비바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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