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앞 못본 F1 유치… 4년 적자 레이스 벌이다 결국 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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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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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코리아그랑프리 무산 왜?

올해 10월 6일 전남 영암군 삼호읍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에서 펼쳐진 ‘2013 포뮬러원(F1) 코리아그랑프리’ 장면. 
2010년부터 열린 코리아그랑프리가 내년 캘린더에서 빠지면서 존폐 기로에 섰다. 적자가 누적된 데다 F1 운영사와의 개최권료 
협상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당초 2016년까지 열기로 했던 대회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동아일보DB
올해 10월 6일 전남 영암군 삼호읍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에서 펼쳐진 ‘2013 포뮬러원(F1) 코리아그랑프리’ 장면. 2010년부터 열린 코리아그랑프리가 내년 캘린더에서 빠지면서 존폐 기로에 섰다. 적자가 누적된 데다 F1 운영사와의 개최권료 협상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당초 2016년까지 열기로 했던 대회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동아일보DB
‘2013 포뮬러원(F1) 코리아그랑프리(GP)’가 열린 10월 6일 전남 영암군 삼호읍 코리아인터내셔널 서킷. 결승전이 펼쳐진 이날 시속 300km가 넘는 F1 머신들의 굉음이 서킷을 가득 메웠지만 관중의 열기는 뜨겁지 않았다.

서킷은 13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스포츠 시설 중 최대 규모지만 빈자리가 많았다. F1대회조직위원회가 집계한 이날 입장객은 7만9057명. 2010년부터 매년 열린 결승전 평균 관람객 8만 명의 마지노선이 무너진 것이다. 대회 직후 F1드라이버 마크 웨버(레드불)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코리아그랑프리는 외톨이처럼 느껴진다”고 혹평했다. 그로부터 꼭 두 달이 지난 5일 국제자동차연맹(FIA) 산하 세계모터스포츠평의회(WMSC)가 내년 F1에서 한국 개최를 제외했다. 2010년부터 7년 일정으로 내리 4년간 치러온 대회가 좌초 위기에 몰렸다.

○ 불리한 계약이 적자 폭탄으로

한국 대회가 F1 일정에서 빠진 것은 F1조직위와 F1 운용사인 포뮬러원매니지먼트(FOM)의 개최권료 협상 결렬이 원인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누적된 적자와 FOM과의 불리한 계약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남도는 2006년 6월 정부 승인 없이 F1을 유치한 뒤 국비 지원을 요청했다. 당시 정부는 상업적 성격이 강한 데다 F1에 대한 지원 근거가 없다며 난색을 표시했다. 그럼에도 전남도는 특별법으로 국비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지금까지 투입된 국비는 경주장 건설비 768억 원, 대회 운영비 100억 원 등 모두 868억 원. 특별법 시행 전에 받은 비용까지 합치면 국비지원액은 모두 1001억 원에 달한다.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대회는 ‘적자 레이스’를 면치 못했다. 2010년부터 7년간 대회를 열고 매년 400억 원대에 달하는 개최권료를 지불하도록 한 FOM과의 계약이 원인이었다. 전남도가 막대한 개최권료 때문에 빚더미에 앉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이 됐다. 올해 4회 대회를 마친 현재 누적 적자는 1900억 원을 넘어섰다. 2016년까지 대회를 치를 경우 누적 적자는 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F1서킷을 건설할 때 끌어다 쓴 빚 2000억 원은 원금 상환은 물론이고 이자를 내기도 힘든 상황이다. 재정자립도가 16.3%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전남도로서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금액이다.

그동안 조직위는 적자를 줄이기 위해 FOM과 개최권료 협상에 매달렸다. 조직위가 지난 4년간 FOM에 낸 개최권료는 1617억 원. 올해 개최권료를 지난해보다 40% 정도 깎은 조직위는 2014년 개최권료(463억 원)를 212억 원으로 대폭 인하하지 않으면 대회를 치를 수 없다고 버텼다. 하지만 FOM은 다른 국가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들어 난색을 표했고 결국 2014년 개최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5일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F1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당초 예상보다 재정부담이 늘어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내년 4월 개최가 어려운 만큼 1년 쉬고 이듬해 4월 개최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5년부터 대회를 다시 개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무분별한 국제행사 유치 후유증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국제행사 유치에 따른 갖가지 후유증은 다른 지역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인천시는 내년 9월 아시아경기대회를 치르기로 했지만 예산난으로 고민이 쌓여가고 있다. 국고 지원율을 평창 겨울올림픽처럼 70% 수준은 아니더라도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나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처럼 33% 수준을 바라고 있지만 정부는 24% 선을 고수하고 있다. 인천시는 대회 개·폐막식을 열 주경기장 건설비용을 당초 민간자본을 통해 조달하려다 시 자체 재정으로 충당하기로 하면서 예산이 꼬이고 있는 것. 시 관계자는 “국고 지원 없이 경기장 신축 비용의 상당액을 시가 책임지고, 지하철 2호선까지 건설하려니 재정 파탄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2014 아시아경기대회 후 곧바로 열리는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는 예산 부족으로 대회 취소 위기에 놓여 있다. 대회 운영에만 최소 1027억 원이 들어가는데, 현재 확보된 예산은 599억 원에 불과하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운영비를 추가로 확보하지 못하면 대회 개최를 포기할 수도 있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강원도가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 주무대로 활용하기 위해 강원도개발공사를 통해 2004년부터 2010년 7월까지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 수하리 일대 4.91km²에 1조6836억 원을 들여 조성한 알펜시아리조트는 허술한 업무처리와 분양 부진 등으로 9130억 원대의 부채를 안고 있다.

오미덕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F1의 침몰은 단체장 치적 쌓기를 위해 사전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고 밀어붙인 결과”라며 “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치단체들이 국제 스포츠 행사에 예산을 쏟아 붓고 나면 복지예산 축소로 결국 시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무안=정승호 shjung@donga.com / 박희제 기자
#코리아그랑프리 무산#F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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