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도 공화당도 싫어” 20% 표심에 승부 달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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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4일 중간선거 실시
공화당, 건보개혁 폐해 집중 공략… 오바마에 등돌린 민심 끌어오기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투표 아니다”… 공화당에 정치不在 책임 화살 돌려
주요 언론 “상원도 공화 우세” 전망

4일 실시되는 미국 중간선거 판세의 캐스팅보트(결정권)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으면서 공화당에도 투표할 의사가 없는 세력’이 쥐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상원 100석 중 36석, 하원 435석 전원을 선출한다.

미 여론조사 및 정치컨설팅 회사인 ‘매클로플린 앤드 어소시에이츠’의 존 매클로플린 대표는 지난달 30일 선거 전망 설명회를 열어 “유권자의 약 20%가 이런 성향을 지니고 있어 이들이 ‘예상 밖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공화당원이라고 한 그는 “공화당 승리가 예상되지만 선거 일주일 전의 전망조차 틀린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10월 국정 수행 지지도는 부정적 평가가 56%에 이르러 올 들어 (월간 평가 중) 가장 나쁘다. 공화당이 승세를 굳히려면 이들(오바마 대통령 비판세력)에게 ‘우리가 당신의 표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 운동 기간에 민주당 후보보다 공화당 후보의 TV광고에 오바마 대통령이 더 많이 등장하는 것은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민심을 공화당 지지표로 흡수하려는 선거 전략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비난 광고가 많은 것도 “‘20% 세력’의 상당수(약 71%)가 오바마케어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공화당이 선거 결과를 끝까지 낙관할 수 없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도 이 20%의 마음을 사는 ‘매우 영리한 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매클로플린 대표는 “오바마 대통령의 일관된 메시지는 ‘이번 선거는 대통령 선거가 아닙니다. 그러니 저한테 투표하지 마세요. 공화당은 저만큼 별로거나 저보다 더 나쁘지 않습니까’라는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의 망가진 정치의 책임 소재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공화당’이라는 응답이 각각 27%와 26%로 비슷하고 ‘둘 다’란 응답(41%)이 가장 많은 점을 오바마 대통령이 잘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1일 워싱턴포스트(WP)는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53석, 민주당이 47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는 민주당이 55석, 공화당이 45석이다. WP가 유일한 경합지역으로 꼽은 조지아 주도 보수 성향 유권자가 많아 공화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뉴욕타임스(NYT)는 공화 48석, 민주 45석, 경합 7석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경합 7석도 공화당 우위가 4석, 민주당 우위가 3석이어서 WP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가들은 공화당 강세 요인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실정을 꼽고 있다. 에볼라 및 ‘이슬람국가(IS)’ 격퇴 전략 논란 등으로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이후 가장 낮은 30%대 후반∼40%대 초반을 맴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중간선거 하루 전날인 3일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단독 면담을 갖고 금융개혁을 논의한다고 백악관이 지난달 31일 밝혔다. 두 사람의 단독 면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 면담이 유권자의 관심을 그나마 사정이 나은 경제 분야로 돌리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를 위해 지난달 27일 제조업 분야에 총 5억3000만 달러(약 5578억 원)를 투자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한 바 있다.

뉴욕=부형권 bookum90@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미국 중간선거#오바마#공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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