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설립자’ 어산지, 에콰도르에 망명 신청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0일 09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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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40)가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피신,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리카르도 파티노 에콰도르 외무장관은 19일 (현지시간) 호주 국적의 어산지가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에게 편지를 통해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다면서 에콰도르 정부는 망명 신청을 수용할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어산지는 짧은 성명을 통해 "오늘 에콰도르 대사관에 도착해 외교적 보호 및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확인해줄 수 있다"면서 "(망명)요청을 검토하고 있는 에콰도르 대사관과 에콰도르 정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 측 역시 자체 트위터를 통해 어산지의 정치적 망명신청 사실을 확인했지만 전화나 문자, 이메일 질문에는 즉각 응답하지 않고 있다.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은 망명 신청이 검토되는 기간에 어산지가 "에콰도르 정부의 보호 아래 대사관에 계속 머물게 될 것"이라면서 "어산지의 망명신청을 검토하기로 한 에콰도르 정부의 결정이 영국이나 스웨덴의 사법처리 과정에 개입하려는 것으로 해석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런던에 머물고 있는 어산지는 스웨덴에서 저지른 성폭행 혐의로 스웨덴으로 송환될 위기에 몰리자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대법원은 지난 14일 어산지가 낸 스웨덴 송환 결정 재심 요청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영국 사법 당국은 이달 말부터 내달 초 사이에 언제든지 어산지를 스웨덴으로 송환될 수 있게 됐다.

어산지는 2010년 스웨덴을 방문했을 당시 2명의 스웨덴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고발돼 스웨덴 사법당국에 의해 수배된 상태다.

그는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이 사건이 위키리크스의 폭로로 피해를 본 적대 세력이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어산지의 변호인들은 28일까지 어산지가 영국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소재한 유럽인권법원(ECHR)에 재심을 요청할 수도 있다.

어산지는 코레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모국 호주가 정치범인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는다고 말하고 "모국으로 돌아가면 타국으로 송환돼 간첩죄와 반란 선동죄로 사형에 처해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어산지가 지칭한 '타국'은 미국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산지는 미국 정부가 비밀리에 국가기밀누설죄로 기소했으며 영국에서 스웨덴으로 송환되면 결국은 미국으로 보내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호주 정부는 어산지가 호주 법률을 어긴 적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한편, 어산지는 올해 초 러시아의 '오늘' 채널로 방영되는 TV 토크쇼를 시작했는데 초대 손님중 코레아 대통령과 튀니지의 몬세프 마르주키 대통령이 포함돼 있었다. 이 사안에 정통한 한 여성은 어산지가 토크쇼 중 이들에게서 은신처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받은 바 있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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