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요구따라 ‘알자지라’ 방송 보도수위 조절… 위키리크스에 딱걸린 보도본부장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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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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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민주화 혁명을 앞장서 보도해온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의 보도 총책임자인 와다 칸파르 보도본부장(사진)이 20일 위키리크스 파문과 관련해 전격 사퇴했다.

알자지라는 이날 성명을 통해 칸파르 보도본부장이 본인의 희망에 따라 사퇴했다고 발표했다. 후임에는 카타르 왕족이자 사업가인 무함마드 알타니 씨가 결정됐다.

지난 8년간 뉴스제작 최고책임자로 활동하면서 무명의 알자지라를 CNN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매체로 발전시킨 칸파르 본부장의 발목을 잡은 것은 미국 외교전문이었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외교전문에 따르면 칸파르 본부장은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미국의 요구에 따라 여러 차례 미국에 비판적인 기사의 수위를 낮춰줬다. 그는 미국이 기사 수정을 요구하면 2, 3일 뒤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이 때때로 알자지라와 미국 정부 간 합의를 거론하며 압박했을 때 칸파르 본부장은 “그러한 합의는 문서화될 수 없는 구두 합의”라며 “협력관계를 비밀로 해줄 것”을 미국 측에 요청했다. 문제의 전문들은 2005년 10월 카다르 주재 미국대사가 작성해 본국에 보낸 문건들이다.

미국은 미 국방정보국(DIA)이 작성한 알자지라 보도 분석 보고서를 카타르 외교부를 통해 칸파르 본부장에게 정기적으로 전달했다. 미국은 반미 정서를 부추긴다며 기사 수정을 요구했고, 칸파르 본부장은 요구를 받아들여 보도 수위를 낮췄다. 이라크전쟁 관련 증인 10명을 다룬 프로그램 중 병상에 누워있는 어린이 2명의 사진과 얼굴에 심한 상처를 입은 여성의 사진도 이런 과정을 통해 삭제됐다. 칸파르 본부장은 DIA 보고서의 지적에 대해 해명하는 답변 문건도 만들어 미국 측에 전달했다.

AP통신은 반미 성향으로 알려진 알자지라의 명성과는 완전히 대조적인 폭로라고 평가했고, 뉴욕타임스는 이번 외교전문 공개를 통해 알자지라가 카타르는 물론이고 다른 나라 정부들과 (비밀리에) 협력해온 사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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