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농협 해킹’ 안보리 회부 가능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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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유엔 통해 규탄 추진
국군기무사령부 관계자 “北군부 소행 단정 못해”

정부는 농협 해킹 사건이 북한의 소행임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면 2009년 7월과 올해 3월의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까지 함께 묶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거나 7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그러나 외교 당국의 고민은 사이버 공격이 국제사회가 북한 소행임을 인정할 정도로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 관계자는 4일 “이 때문에 2007년의 에스토니아 해킹 사태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2007년 4월 러시아인으로 추정되는 해커들이 100만 대 이상의 컴퓨터를 동원해 에스토니아에 디도스 공격을 가했다. 인구가 130만 명에 불과한 에스토니아는 국가기간통신망, 정부기관, 이동통신네트워크가 완전히 마비됐다. 에스토니아는 그해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장관회의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나토의 사이버 전문가들조차 러시아 정부기관이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결국 나토는 러시아의 부인을 반박할 수 없었고 국제사회의 규탄도 불가능했다.

정부 관계자는 “에스토니아 사례는 북한 정찰총국의 소행임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 없이 국제사회에 제기하는 것은 실익이 없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논란이 있는 농협 해킹을 북한 소행으로 단정하기 위해서는 움직일 수 없는 물증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이버 공격을 범죄로 규정한 국제법이 아직 없다는 점도 걸리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국제평화와 안전을 침해하고 위협하는 행위를 금지한 유엔헌장에 위배된다는 점에서 국제법을 위배한 불법행위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다른 국가에 손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국제법의 일반원칙을 위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에서 분명한 물증이 나오면 유엔 안보리에 회부할 성격은 충분히 된다”며 “ARF는 정치적 규탄을 위한, 안보리는 재발방지 차원의 제재를 위한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군기무사령부 관계자는 이날 농협 해킹이 북한군 소행이라는 전날 검찰 발표에 대해 “북한 군부의 소행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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