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국 유엔 대사 “안보리서 北 관련 ‘중러도 맞다’ 양비론…적극적 목소리 낼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7일 1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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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가 2024~2025년 임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선거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 180표를 얻어 이사국으로 선출됐다. 주유엔한국대표부 제공

“목표는 180표 획득이었지만 끝까지 마음을 졸였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6일(현지시간) 한국이 11년 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 이사국으로 선출된 데 대해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는 상황이라 180표 획득은 의미가 깊다. 대통령부터 장관, 유엔 한국 대표부가 모두 발로 뛴 결과”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유엔총회에서 진행된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투표에서 한국이 2024∼2025년 임기 이사국으로 선출됐다. 투표권이 있는 192개 유엔 회원국 전원이 참여해 이날 한국은 총 180표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대체로 개발도상국은 180~190표의 몰표를 받지만 세계무대에서 뛰는 주요국은 이해관계가 갈려 압도적 지지를 받기 힘들기 때문에 한국이 선전한 결과라는 평가다.

●“한미일 공조 강화…중러와도 소통”

이날 황 대사는 뉴욕특파원 간담회에서 한국의 안보리 이사국 선출로 2024년에는 1997년 이후 27년 만에 ‘한미일’ 3국이 동시에 이사국으로 활동하게 되는 점도 의미가 깊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상임이사국이고 일본은 2023~2024년 비상임 이사국이다. 한국이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되자마자 이시카네 기미히로 주유엔 일본대사가 활짝 웃으며 찾아와 축하의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미국 대사는 새 이사국들에 축하하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다.

황 대사는 “예전보다 동북아 국제 정세에서 갈등과 대립이 심해졌다. 3국이 같이 안보리에서 북한 문제를 직접 다룬다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며 “그렇다고 미일과 공조만 하겠다는 것일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와도 소통을 통해 협력의 폭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리 선거 지원 차 방미한 박용민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은 “한미일은 그간 북한 문제를 중심으로 공조를 해왔다. 이제 유엔 무대에서 다양한 의제에 대해서도 연대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리는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를 위해 창설된 유엔 산하 기관으로 국제평화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역할을 한다. 필요시 유엔 회원국에 대해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는 결정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하지만 최근엔 ‘빈손 안보리’라 불릴 정도로 상임이사국인 중국 러시아와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의 갈등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북한 도발에 대해 제대로 된 제재나 결의안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안보리 개혁 논의에도 힘이 실린다.

6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진행된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거 투표에서 우리나라가 192개 회원국 중 180개국의 찬성표를 획득해 2024~25년 임기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되자 황준국 주 유엔대사(왼쪽)가 미소를 짓고 있다. UN웹TV 캡처
박 다자조정관은 “안보리에서 중국이나 러시아가 ‘한미일 군사 훈련 때문에 북한이 도발하는 것’이라는 주장하면 ‘그 말도 맞다’는 동조 분위기도 없지 않다”며 “한국이 이사국에 참여함으로써 비공개 토의 등에서 적극적으로 한국의 입장을 밝히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사는 “우리가 안보리에 들어간다고 해서 중국이나 러시아가 갑자기 입장을 바꾸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어 보일 수 있다”면서도 국제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기관에서 “한국의 외교력을 강화하고 국격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비밀투표 안보리 선거…출마 시기도 경쟁 치열

유엔총회 투표에 투표권이 있는 192개 유엔 회원국 전원이 참여하는 것은 드물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는 초미의 관심사라 위임 투표를 하더라도 반드시 참석하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져 왔다.

선거 출마시기부터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을 비롯해 인도 일본 파키스탄, 중동 국가 등 쟁쟁한 국가들이 몰려 있는 아시아·태평양국 지역국들은 5년~10년 이후, 아직 아무도 출마하지 않는 연도를 찾아 선점해 놓는다. 한국도 2013~2014년 이사국 당시 다음 출마시기를정해 선점’해놓은 것이다. 단독 출마할만한 빈 자리가 없다면 경합하기 쉬운 대상을 골라 출마한다. 유엔 관계자는 “상대국에 출마를 포기하라며 경제협력을 약속하는 등 각종 외교전이 펼쳐진다”고 말했다. 이번 투표에서 동유럽 자리를 두고 슬로베니아와 벨라루스가 경합을 벌여 슬로베니아가 압도적 표차로 이사국 자리를 꿰찼다.

여러번 당선되기 어려운 구조라 3번 이상 비상임이사국을 한 국가는 아시아 지역국에서 일본, 인도, 파키스탄이 유일하다. 한국도 1996∼1997년, 2013~2014년에 이어 2024~2025년 이사국을 역임하면 3번 이사국을 역임한 국가가 된다.

안보리 이사국 선거는 비밀투표라 눈치전도 치열하다. 유럽의 한 국가는 실제 투표에서 서면으로 지지 의사를 보낸 국가 수의 약 70% 정도만 득표해 이사국 진입에 실패했다고 한다. ‘찍겠다’고 하고 안찍는 사례가 속출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180표를 얻기 위해 현장 외교관들도 발품을 팔았다. 유엔 측은 각 국 자리에 투표용지를 놓는데, 대사들이 나타나지 않으면 부재라고 판단해 용지를 치워버린다. 이미 용지를 수거한 상황에서 한 대사가 늦게 참석하는 것을 본 우리 외교관이 직접 투표 용지를 받아와 전달하는 등 끝까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뽑지 않은 12국은 어디일까? 비밀 투표라 알 수 없지만 이날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가투표장에 직접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러시아와 중국 측은 투표 이후 황 대사에 축하 인사를 하러 온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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