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매카시, 부채한도 상향 잠정 합의… 美 디폴트 급한 불 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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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한도 올리되 정부 지출 감축”
31일 하원서 표결 통과 시키기로
공화-민주 강경파 설득이 관건
최종 합의 도출까지 진통 예상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
다음 달 5일 미국 연방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을 9일 앞둔 2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야당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이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에 잠정 합의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집권 민주당 측이 원하던 대로 부채한도 자체는 올리되 “지출 축소”를 주장해온 공화당의 요구 또한 받아들여 향후 2년간 정부 씀씀이를 줄이기로 했다.

부채한도 상향을 두고 이어진 양당의 대치로 미 디폴트 위험은 역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였다. 특히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향후 하향이 가능한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하는 등 정치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여야는 한 발씩 양보했다. 이날 잠정 합의로 전 세계는 한시름 놓게 됐다. 다만 이날 합의에 반대하는 공화당과 민주당 내 강경파의 반발이 상당해 최종 합의까지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 디폴트 9일 앞두고 합의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은 27일 약 1시간 반 동안 통화를 한 뒤 부채한도 상향에 ‘원칙적 합의’를 했다. 2024년 회계연도(2024년 10월∼2025년 9월)에는 연방정부 지출을 동결하되 2025년 회계연도에는 예산 증액의 상한선을 정해 부채한도를 늘려주는 식이라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특히 2024년 회계연도에는 비(非)국방 분야 지출을 2023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2025년에는 1% 늘려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협상 막판 쟁점이 됐던 빈곤 가정을 위한 ‘푸드 스탬프’(식료품 지원)를 비롯한 연방정부의 복지 수혜자에게는 공화당의 요구대로 엄격한 근로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공화당은 “놀고먹는 사람이 연방정부의 돈을 축내선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 쓰이지 않은 복지자금을 회수하는 내용 등도 담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경기 침체 및 수백만 개의 일자리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재앙적 상황을 막았다”고 자평했다. 매카시 의장 또한 기자회견을 열고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지만 미 국민에게 가치 있는 원칙적 합의”라고 자평했다. 양측은 28일 합의안 세부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후 31일 하원을 통과하면 부채한도가 상향된다.

미 의회는 1939년부터 연방정부가 빚질 수 있는 금액의 상한을 설정해왔다. 현 부채한도인 31조4000억 달러(약 4경1700조 원)는 2021년 12월 설정됐으며 한도를 늘리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이 된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2년간 정부 지출이 급증했으므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백악관 측은 코로나19 극복 등을 위해 불가피했다고 맞서 그간 양측이 팽팽한 대치 상태를 벌여왔다.

● 공화-민주 강경파 반발 변수
다만 공화당 내 강경 보수파와 민주당 내 진보 좌파는 이번 합의에 모두 반대하고 있다. 특히 공화당 강경파의 반발이 상당하다. 공화당 내 강경 우파 모임 ‘프리덤 코커스’ 소속 밥 굿 하원의원(버지니아)은 트위터에 “이번 협상을 통해 부채한도가 4조 달러 늘어난다고 들었다”며 “사실이라면 다른 얘기는 들을 필요도 없다. 합의안을 찬성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합의안이 공화당 강경파의 지지를 얻기에는 연방정부 지출 감소의 구체적인 성과가 별로 없고, 민주당 진보파가 보기에는 빈민층 근로 조건이 지나치게 엄격해졌다고 풀이했다.

최종 합의가 무산되면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디폴트가 현실화하면 미 일자리가 최소 600만 개 감소하고 실업률 또한 5%대에서 9%대로 오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을 갖지는 못한다. 상·하원이 합의안을 바로 통과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부채한도 상향 잠정 합의#바이든-매카시#미 디폴트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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