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슈! 아슈!” 쉴새없이 외친 앵무새…주인 살해범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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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28일 10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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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
주인이 살해당하던 순간을 목격한 앵무새가 범인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외쳐 사건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했다. 법원은 사건 발생 9년 만에 범인의 자백과 더불어 앵무새의 증언을 주요 증거로 인정하면서 범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7일(현지시간) 인도 인디아투데이 등에 따르면 인도 지방 법원은 이날 사촌 닐람 샤르마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아슈토시 고스와미에게 무기징역과 7만2000루피(약 113만6000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닐람은 2014년 2월 20일 자택에서 과다출혈로 숨진 채 발견됐다. 집 안에 있던 보석과 현금 역시 도난당한 상태였으며 반려견 한 마리도 공격당해 죽어있었다. 지인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귀가한 가족이 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우선 집에 함께 살고 있던 가족을 조사했다. 그런데 경찰과 가족이 이야기를 나누던 중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집 안에 있던 닐람의 반려 앵무새가 “아슈! 아슈!”라고 외치기 시작한 것. ‘아슈’는 아슈토시의 이름을 가족이 줄여 부르는 명칭이었다.

이후 경찰은 탐문 조사를 통해 이웃집에서 ‘아슈토시가 닐람의 집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담을 확보했다. 닐람의 남편 비제이 샤르마도 “아슈토시가 닐람의 부고 소식을 듣고도 집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닷새 뒤 아슈토시와 그의 친구 로니 마시를 체포했다. 체포 현장에서는 닐람의 집에서 훔친 것으로 보이는 현금과 보석이 발견됐다.

경찰은 아슈토시의 손에 부상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관련 질문을 수차례 던졌다. 하지만 아슈토시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부상에 대한 진술을 계속 번복했다.

직접적이고 명확한 증거가 나오지 않아 재판 과정은 더디게 흘러갔다. 판결은 9년 동안 내려지지 않았다. 오랜 수사 끝에 아슈토시가 “친구 로니와 공모해 강도 계획을 세웠으나 피해자가 저항하는 탓에 살인까지 이어졌다”고 자백하며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모하마드 라시드 특별 판사는 선고문에서 아슈토시의 자백과 앵무새의 ‘특별한 울음소리’를 주요 근거로 언급했다. 재판부는 “인도의 증거법상 앵무새의 증언이 공식적으로 효력을 인정받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재판 과정 내내 앵무새의 증언이 중심에 있었고 경찰들 역시 앵무새의 역할이 컸다고 그 공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앵무새도, 닐람의 남편 비제이도 범인이 처벌받는 장면을 직접 지켜보진 못했다. 앵무새는 주인의 죽음 직후 식음을 전폐하더니 6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비제이 역시 2020년 11월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닐람의 딸 니베디타는 최종 판결에 대해 “돌아가신 아버지는 아슈가 교수형을 당하길 원하셨다. 온 가족은 아슈가 응분의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계속해서 청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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