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리모델링 하다가”…英 아파트에서 400년 된 벽화 발견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3월 23일 1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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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 버드워스가 부엌 리모델링중 발견한 벽화. @mixdevil66 트위터 캡처
루크 버드워스가 부엌 리모델링중 발견한 벽화. @mixdevil66 트위터 캡처

영국의 유서 깊은 도시들 중 하나로 꼽히는 잉글랜드 요크시의 작은 아파트에서 400년 전 그린 벽화가 발견됐다. 집주인은 부엌을 리모델링 하려다 이 벽화를 발견했다.

21일(현지시간) 벽화를 발견한 루크 버드워스(29)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얼마 전 공사 업자로부터 전화가 왔다”며 “그는 아주 무심한 말투로 ‘여기(벽) 뒤에 그림이 있는 줄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다”말했다.

버드워스는 그의 동거인인 헤이즐 무니(26)와 부엌 리모델링 공사를 위해 지난해 12월 임시 거처로 옮겨와 생활하고 있었다.

버드워스가 아파트에 갔을 때는 이미 새 부엌장이 벽에 설치돼 있었고, 인부들이 떼어낸 희미한 그림 조각만이 그곳에 그림이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거실 반대편 벽 뒤에도 옛날 벽화가 숨겨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벽 뒤를 탐색했다. 그 결과 반대편 벽 안쪽에도 서로 이어진 벽화가 숨겨져 있었다.

벽 장식 뒤에 숨겨져 있던 그림의 크기는 가로와 세로가 각각 2.7m와 1.2m로 윗부분은 천장에 가려져 있었다.

루크 버드워스가 부엌 리모델링중 발견한 벽화. @mixdevil66 트위터 캡처
루크 버드워스가 부엌 리모델링중 발견한 벽화. @mixdevil66 트위터 캡처

버드워스는 역사적 고증을 통해 벽화가 17세기 전반기 시인 프란시스 퀄스가 1635년에 작성한 ‘임블렘스’ 속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아파트가 지어지기 전에 벽화가 먼저 그려졌다”며 벽화가 있는 벽 주위로 건축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했다.

버드워스가 구매한 아파트는 요크시 주요 도로 가운데에 있는 미클게이트 고대 성벽 사이에 있다. 이 아파트는 영국의 조지 왕조 때인 1747년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버드워스는 “우리는 벽화가 빅토리아 왕조 시대에 그려진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된 것이었다”며 “흰 수레를 탄 남자의 그림은 천국으로 가는 듯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역사적 유적지를 관리하는 영국 공공기관 ‘사적(史跡)위원회’는 버드워스의 제보에 전문가들을 보냈고, 현장을 살펴보고 정밀 촬영을 해 갔다. 위원회가 촬영한 사진은 런던에 있는 코톨드 미술연구소 내 벽화보전국에 전달했다.

위원회는 벽화가 그려진 때를 퀼스의 책이 출간된 1635년과 벽화 유행이 시들해진 1700년 사이로 추정했다.

버드워스 커플은 “벽화 보전에 투자할 돈은 없지만, 이들 벽화를 훌륭한 실내 장식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위원회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요크시 미클게이트의 아파트에서 17세기 벽화가 발견된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아파트 소유자들이 벽화를 잘 보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위원회는 버드워스 커플에게 실물 크기의 벽화 사진을 보냈고, 이를 붙여 벽화를 보호할 것을 권고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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