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 이후 새 군축 협상 중단
美국무부 “러 핵감축 발표 못 믿어”
美내부 “中-러 위협에 대응 필요”

미 일각에선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에 대응할 새 억제 조치가 필요하다”며 핵무기 증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강대국 간 핵 군비 경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美, 러 뉴스타트 이행 거부 첫 공개
미 국무부는 이날 의회에 제출한 ‘뉴스타트 연간 이행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현장 점검 활동 의무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 핵탄두 수를 감축했다는 러시아 발표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러시아 측이 자국에 실전 배치된 핵탄두가 1549기라고 했지만 믿기 어렵다는 의미다. 미국이 의회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의 뉴스타트 위반을 공개한 것은 협정 발효 후 처음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전했다. 뉴스타트는 1991년 체결된 미소 전략무기감축협정의 후속 협정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실전 배치한 핵탄두 수를 각 1550기 이하로 줄이고, 상호 핵시설을 사찰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10년 기한이었지만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취임 직후인 2021년 2월 5년간 연장돼 2026년 2월까지 유효하다.
●美 일각 “우리도 핵무기 증강”

새 핵군축 협상이 체결될 기미도 요원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뉴스타트 연장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물론이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도 3개국이 참여한 군축 합의를 제안했지만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 국방부는 중국이 현재 400기 수준인 핵탄두 비축량을 2035년까지 1500기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야당 공화당에서는 미국 또한 핵무기 증강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짐 리스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는 이날 성명을 내고 “3대 핵전력(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을 신속히 현대화하고 새 억제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대국의 이런 움직임이 전 세계적인 핵 경쟁을 촉발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미러 신전략무기감축조약 (New START·뉴스타트) |
2011년 발효된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감축 조약으로 양국에 실전 배치된 전략 핵탄두 수를 1550개로 제한하며 연간 18회 상호 현장 검증을 허용하도록 하는 협정. 2026년 만료될 예정이지만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새 군축협상을 중단했다. |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