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최악 침체기… 삼성 등 업계 손실 6조 전망”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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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호황’에 공급 늘렸지만
수요 급감하면서 과잉재고 시달려
中 경기 회복세… 하반기 반등 가능성

반도체 한파 속에 한국이 특히 강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전례 없는 최악의 침체기에 들어섰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올해 영업 손실이 총 50억 달러(약 6조14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정보기술(IT) 기기 사용이 급증하며 호황 사이클로 접어들자 공급을 늘렸다. 하지만 이후 수요가 급감하면서 과잉 재고에 시달리고 있다. 3, 4개월 치 재고가 역대 최대 수준에 달하면서 가격이 급락해 기업 손실도 불어나고 있다.

반도체는 산업 특성상 호황과 불황 주기가 번갈아 나타나지만 이번 반도체 침체는 심상치 않다는 것이 산업계의 시각이다.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램 리서치의 팀 아처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발표 후 투자자들과의 콘퍼런스콜에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단순한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공장 가동 축소, 기술 투자 지연 등 특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이는 전례 없는 일”이라며 “웨이퍼 공정 장비 중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5년 동안 보지 못한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 급락은 세계 1위인 삼성전자 등 개별 기업의 손실뿐 아니라 아시아 경제 전반의 위축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등 아시아 경제가 반도체 등 기술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통상 반도체 침체기에 투자를 늘려 회복세 전환 시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취해 왔지만 이번에는 삼성도 공급을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1600억 달러(약 197조 원)에 이른다. 반도체 업체들은 침체 주기를 견디기 위해 감원 카드까지 꺼내며 허리띠를 조이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해 말 올 1분기(1∼3월) 영업 손실을 경고하며 임직원의 10%를 감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램 리서치도 7% 감원에 나선다.

다만 반도체 주요 소비국인 중국이 코로나19 봉쇄 후 경기 회복에 나선 만큼, 성장에 속도가 붙으면 하반기(7∼12월)에는 메모리 반도체가 다시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전무는 “수요 위축에 따른 반도체 업체의 감산 효과가 하반기가 되면 본격적으로 나타나 반등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이 이달 출시한 중앙처리장치(CPU)인 사파이어래피즈도 국내 반도체 업계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서버용 CPU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는데 빅테크 기업 등을 중심으로 서버 교체에 나설 경우 반도체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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