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되는 세계적 ‘다중위기’, 결말은 무력충돌?

  • 주간동아
  • 입력 2023년 1월 29일 11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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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1월 18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1월 18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다중위기’는 프랑스 철학자 에드가 모랭이 1990년대 처음 소개한 개념이다. 여러 위기가 한꺼번에 도래해 더 큰 위기를 만들어내는 현상을 일컫는다. 전 세계는 지금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WEF)은 올해 행사에 앞서 발표한 ‘세계위험보고서 2023’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현 위기 상황에 주목해 “세계가 다중위기에 직면했고 다중위기가 무력 충돌 등 파국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각국 정·관·재계 리더가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현안을 논의하는 2023 다보스포럼이 1월 16~20일(이하 현지 시간) ‘분열된 세계에서의 협력’이라는 주제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렸다. ‘세계 경제 올림픽’으로 불리는 다보스포럼은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축소 진행되다 올해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성황리에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 세계 각국 정상 52명을 포함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 각계 리더 2700여 명이 참석했다. 다만 올해 다보스포럼에는 미국, 중국, 프랑스 등 주요국 정상이 불참해 다보스포럼이 탈세계화 흐름 속에서 점차 권위를 잃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다중위기’ 속 글로벌 경기침체 지속 전망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1월 18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 아메론 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1월 18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 아메론 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다보스포럼 주최 측은 전 세계 50명의 경제학자를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낸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경제를 어둡게 전망했다. 글로벌 경제학자 3분의 2가 올해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지리라고 예상한 것이다. 미국에 대해서는 경제학자 91%가 저상장을 예측했고, 유럽은 모두가 저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경우에는 저상장 48%, 성장세 52%로 의견이 엇갈렸다. 또한 경제학자 대다수는 올해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지역별로는 차이를 보였는데 유럽에 대해서는 57%가 고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고 미국(24%), 중국(5%),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16%)의 고물가 예상치는 이보다는 적었다.

아디아 자히디 다보스포럼 전무이사는 보고서를 통해 “고물가와 저성장, 많은 금융비용 등은 성장으로 돌아가기 위한 기업들의 투자 인센티브를 감소시킬 것”이라며 “각국 리더가 에너지·기술 혁신 등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잠재력 높은 시장에 투자하면서 위기 이후 상황을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기후위기 공감대 높아져, 美 IRA 비판도


그동안 다보스포럼에서는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감축이 중요 의제로 꾸준히 논의돼왔다. ‘유로뉴스’는 이번 다보스포럼 핵심 의제로 기후위기, 생활비 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식량 위기, 4차 산업혁명을 꼽았다. 올해 참석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재앙이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월 18일 특별연설을 통해 “지금 지구는 ‘1.5도 제한’이 연기 속으로 사라지고 ‘2.8도 상승’으로 돌진 중”이라며 “인류는 지금 기후위기와 싸움에서 지고 있으며 투명한 탄소감축 계획을 올해 안에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으나, 각국의 이해관계 조율이 난항을 겪으면서 뚜렷한 해결책이 도출되진 못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기후위기 해법으로 제시하자 논란이 일기도 했다. 보조금으로 자국 친환경 산업만 키우려는 불공정 조치라는 비판이 잇따른 것이다. 특히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1월 17일 탄소중립 달성 과정에서 일고 있는 보호주의 무역 움직임을 경계하며 “일부 인센티브 제공과 관련해 미국 IRA의 특정 요소를 두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에 대해서도 “중국은 값싼 에너지와 낮은 인건비, 느슨한 환경 규제를 약속하며 유럽 및 다른 지역 산업체들이 자국으로 이전하도록 권장하고 있다”면서 “자국 산업에 대해서는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EU 기업들의 중국 시장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다보스연설 이후 1월 18일에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친환경, 탈탄소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탄소중립산업법’을 입안키로 했다고 밝혔다. IRA와 비슷한 목적의 법으로, 해당 산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규제를 대폭 줄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윤 대통령은 1월 19일 ‘행동하는 연대를 위하여’를 주제로 특별 연설을 했다. 한국 대통령의 대면 연설은 2010년 이명박 전 대통령,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9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공급망의 복원력 강화,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저탄소 전환, 보건 격차 해소를 위한 글로벌 협력 강화, 자유와 번영에 기여하는 디지털 질서 등을 제안했다. 특히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호혜적 연대를 바탕으로 한 공급망의 복원력 강화”라고 강조하면서 “자유와 연대를 바탕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반도체, 2차전지, 철강, 바이오 분야에서 세계 최고 생산 기술과 제조 역량을 보유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보편적 규범을 준수하면서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국가들과 공급망 안정을 위해 연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다보스포럼 현장을 누비며 글로벌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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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74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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